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OE 포 Feb 16. 2023

미니멀리스트의 명절선물세트

MZ직장인의 미니멀라이프

공공기관은 명절에 직원들에게 명절선물세트를 주지 않는다.

지하철을 탈때면 어김없이 보이는 스팸세트와 식용유세트가 왠지 모르게 탐이 나곤 했다. 인간이란 동물은 우습게도 필요와 상관없이 남들이 가지면, 나도 하나쯤 가지고 싶어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애인이 생긴 뒤로 명절의 선물세트를 주기적으로 마주하게 되었다. 회사에서 식사를 다챙겨먹기에 참치나 스팸이 필요없는 그는 처음 맞는 명절에 의기양양하게 우리집에 선물세트를 가져왔다. 내 것이 아닐때는 탐이 나더니 막상 받게되자, 역시 나에게는 필요 없는 물건이었다. '흠..나는 스팸은 잘 먹지도 않을뿐더러 이만큼의 식용유는 쓰려면 몇년은 걸릴텐데..'라고 고민하다 이내 나는 결심했다.



‘우리 이 명절선물세트를 당근마켓에 팔아서 맛있는거 사먹으면 어때?’

라는 나의 제안에 순간 그가 의기소침해졌다. 내가 기뻐할 것이라고 기대하며 멀리서 챙겨온 온 선물세트를 남에게 준다는 생각에 짐짓 서운해진듯 보였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니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라면, 중고로 판매하고 그 돈으로 필요한 음식을 사는 것이 꽤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고개를 들어 빨리 판매를 해보자고 이야기했다. 그 뒤로 명절선물세트는 맛있는 식사와의 교환권이 되었다.


어김없이 돌아온 올해 설날, 이번엔 그가 먼저 선물세트를 판매할 생각해 들떠있었다. 아파트가 즐비한 우리동네 당근마켓에 물건을 올리자 오분도 안되어서 4명에게서 연락이 왔다. 나에겐 정말이지 필요없는 물건이 누군가에겐 꽤 괜찮은 가격에 괜찮은 물건일수도 있다 것을 새삼스레 확인하게 되는 순간들이다. 이번엔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 오랜만에 놀러간 번화가에서 깔끔한 스시세트를 먹었다. 이제 더이상 내가 필요로 하지 않는 선물세트에 눈독 들이지 않는다. 그리고 필요없으면 단호히 다른사람에게 건넨다. 가까운 사람에게 그런 제안을 공유하기 위해선 가끔 단호한 결심히 필요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MZ직장인이 미니멀하게 회사다니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