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직장인 미니멀라이프
평일 저녁, 리클라이너 쇼파에 앉아 무릎 위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블로그 글을 쓰고 있었다.
샤워를 마친 예비신랑이 나를 슥 쳐다보며 한 마디를 하고 지나갔다.
"너가 쇼파에 앉아서 글쓰면서 힐링하고 있으니 내가 다 행복하다."
순식간에 지나간 한 문장에 적잖이 감동을 받아버렸다. 부모님한테 받을말한 무조건적인 행복을 바래주는듯한 사람의 말이 그날 저녁 나의 마음을 두드렸다.
어제 밤엔 예비신랑이 응원하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팀의 경기가 있었다. 드디어 신혼집에 마련한 85인치 티비로 응원팀의 생중계 경기를 보는 첫 날이었다.
'지금까지 작은 핸드폰으로 어떻게 축구경기를 봤지'라고 혼잣말을 되뇌이는 그를 보며 나는 장난스럽게 티비를 끄고 핸드폰으로 축구경기보라고 말했다.(물론 농담.)
그리고 말했다.
"저번에 내가 편한 쇼파에서 글쓰는거 보니 행복하다고 했지? 난 너가 큰 티비로 축구경기보면서 좋아하니까 내가 다 행복해"
우리는 매번 말하지 않지만 알고 있다. 지금 20대에 겪고 있는 인생이 순간순간 힘에 부칠정도로 힘들다는 것을. 연륜이 쌓이기엔 부족한 시간이며, 아주 어리다고 보기에도 애매한 20대 후반. 그 긴장과 피로에 숨통을 트여줄 작은 행복을 바래주는 사람이 '부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