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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E 포 Feb 07. 2024

직장인 실격

대학생부터 취준생시절까지 나의 관점은 절대 과거로 향하지 않았다.

'예전에 000이라는 선택을 했었더라면..?'이라는 고민은 이미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당장 처한 상황이 맘에 들지 않더라도, 앞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방향을 틀 수 있는 주체적인 권리가 나에게 주어져있었다.

대학교가 마음에 들지 않으나 이 학교에서 얻을 수 있는 지원사업을 다 섭렵하겠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했고,

취업준비가 순조롭지 않을때는 앞선 경험에서 보완할 점을 찾아 어떻게든 되는 방향으로 찔러보며 1승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직장인이 된 이후로, 과거를 돌아보며 '~했더라면'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처음엔 회계결산업무를 맡았고, 그다음엔 행사업무, 정부사업 업무를 연달아맡았고 지금은 신규 콘텐츠 제작을 맡았다.

그런데 웃기게도 나는 회계>행사기획>정부사업>신규사업순으로 업무를 진행하며 과거보다 나아지길바라며 앞선 업무를 피해왔지만, 매번 이전에 했던 업무와 비교하며 이전의 업무가 덜 힘들었던 것 같은 감정(착각?)을 느낀다.

회계결산은 숨겨진 돈의 의미를 찾는 것이 키 포인트였다. 20개에 가까운 통장 속 돈들을 기업회계적 관점과 정부회계적 관점으로 나눠

온전한 재무제표를 작성해야했다. 단 1원이라도 잔액의 근거를 찾지못하면 일을 완수할 수 없다는 사실 나를 옥죄듯이 압박했다. 아무리 내가 노력해도 업무를 완수하지 못할 수 도 있다는 사실이 무서웠다. 돈의 행방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퇴근하는 심정은 죽을 맛이었다. 환기를 하고 내일 새로운 마음으로 잔액을 들여다보면 답이 나올 것이라는 상사의 말은 가슴에 와닿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회계결산업무를 하면서 극심한 불안을 느꼈고, 이 일만 벗어나면 무엇이든 이보단 나을 것이라는 맹목적인 희망을 가지고 인사이동을 했다.

그 뒤 맡게된 행사/축제업무에서는 나의 고질적인 내향적인 성격이 발목을 잡았다.

애초에 나는 가지도 않는 지역 축제를 직접 기획하고 수많은 행사참여자들과 교류하며 콘텐츠를 구성하는 일은 또 다른 의미로 죽을 맛이었다.

또 그다음에 맡게된 정부 사업 업무는 그런대로 할만했으나, 5년 간 이어오던 사업을 종료시키는 시기에 투입되어 많이 힘들었다.

줄어든 인력에 비해 많은 차수의 교육과 행사를 추진해야했다. 임차되었던 사무실에서 이사를 해야했고 국비로 구매한 자산들을 처리절차를 밟아야했다. 미리 일어날 문제를 예상하여 방책을 찾는 과정에서 윗선에 좋은 평가를 받기도했지만, 그 방책을 찾는 과정은 그야말로 고역이었다.

어떠한 문제가 뻔히 보이는데, 당장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는 사실은 나의 베이스 기분상태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나의 성향은 '통제성'과 '내향성'이다.

당장 해결되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괴롭다. 안그러려고 노력하지만 극단적인 부정적인 상황(예를 들면 업무가 빵꾸가 날 것이다)을 상상하게 되고 겁을 먹게 된다. 긴장을 하게 되니 오히려 유연한 사고가 어려워진다. 그리고 내향적이니 많은 사람들과 넓게 편하게 지내지 못한다. 연차가 쌓일수록 내향적인 성격으로 인한 업무의 어려움이 피부에 와닿는다. 네트워크를 잘 쌓아두는 것이 다양한 업무를 추진하는데 훨씬 수월할 것이 뻔히 눈에 보이는데 그게 쉽지 않다. 사람을 잘 활용하지 못해서 내가 일을 어렵게 처리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때 마음이 괴로워진다.

5년동안 그래도 업무를 바꿔가며 다양하게 해봤지만 결국엔 마음이 편한 일을 찾지 못하게 되자, 이제는 회사를 탓하게 된다.

내 회사의 업무가 내 성향에 맞지 않는 것은 아닐까.

좀 더 마음이 편한 곳으로, 적어도 괴롭지 않은 곳으로 옮겨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어쩌면 나는 직장인으로서 실격인걸까.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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