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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E 포 Mar 25. 2022

MZ직장인, 점심도시락을 싸다

MZ직장인으로 회사에서 살아남기

집에서 칼 한자루도 없이 케이크 칼로 연명하던 직장인이 매일 아침 점심도시락을 준비한다. '식사'에서 느낀 MZ직장인의 여러가지 생각들을 전한다.


독이 된 MONEY

긴급재난지원금으로 돈을 받았다. 회사에선 복지포인트 중 일부를 지역화폐로 수령했다. 물욕이 없는 직장인의 소비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비중은 단연 '식비' 이다. 안경이나 헬스 등 각자 원하는 항목에 큰 몫의 재난지원금을 지출할 때, 가랑비에 옷 젖듯이 야금야금 식비에 돈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요리하기도 귀찮고, 한끼 식사 때우는 것도 일이니 옳다구나 배달앱을 사용하기로 했다. 번화가에 위치한 덕에 다양한 음식을 24시간 내내 배달이 가능한 지역에 산다는 것도 왠지 모르게 나를 설레게 했다. 돈이 아까워서 먹지 못했던 다양한 배달음식을 마음껏 시켜먹을 생각에 부자가 된 듯 했다.


그러나 이득이라고 생각했던 '돈'은, '배달앱'은 직장인인 나를 황폐화하게 만들었다.


최소주문금액과 함께 채워져가는 내 안의 공허함

배달앱을 이용하여 주문을 할 때, 하나의 음식을 시킬 수 없다. 최소주문금액이 채워지지않기때문이다. 결국 원하지 않는 양의 음식을 시키게 된다. 조금 부족할 정도로 먹는 것이 건강에 좋은데 그와 반대로 배불러서 울렁거릴 때 쯤 어영부영 숟가락을 놓게 된다. 속은 부대끼고 기름지다. 그리고 참 신기한 것이 어제는 중식, 오늘은 양식을 시켰는데 음식을 먹다보면 후반부에는 같은 맛이 느껴진다. 모든 음식에서 같은 맛이 느껴지니 가슴에 구멍이 뚫린듯이 공허함이 느껴졌다. 배달음식은 자연스레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나갈 필요가 없으니 주말에는 씻기도 싫어졌고, 일어나기도 귀찮아 누워있기만 했다. 배고파질때쯤 핸드폰으로 앱에 들어가 주문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우울함에 사로잡혀 있던 시기, 배달음식은 나의 우울함에 엑셀을 밟았다. 무기력과 공허함을 한층 높여주는 독이 되었다.


일회용품을 시키면 배달음식을 줍니다

배달음식을 주문하면 상상 이상의 일회용품쓰레기가 나온다. 뜨거운 음식이 플라스틱 통에 담겨 배달이  모습을 보면 내가 어느정도의 환경호르몬을 섭취하는 것일까 새삼 궁금해진다. 환경오염의 측면이 아니라 감정적인 부분에서도 일회용품은 영향을 주었다. 쌀국수를 시켰을  땅콩소스, 간장소스, 칠리소스 등이 작은 플라스틱 통에 각각 담겨 배달되었다.  작은 플라스틱통을 하나  여는 행위는 언젠가부터 울렁거릴정도로 나를 쳐지게 만들었다. 일회용품쓰레기는 쓰레기장에 버리기 전까지 부엌에서  자리를 차지한다. 자취인의 작지 않은 부엌을  한끼 식사분의 쓰레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쓰레기들이 차지하는 부엌은 배달냄새로 절여지는 느낌이 든다.


직접 지어먹는 밥의 힘

영국 국립보건원을 비롯한 다양한 연구에 따르면 요리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우울증 경감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그리고 특히 싱크대에 서서 한끼 때우는 식의 식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을 위한 소박한 한 상을 차려서 먹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고 한다. 주말부부인탓에 아빠는 평일 저녁을 음식점에서 해결했다. 몇개의 음식점을 정해놓고 돌아가며 저녁을 때웠다. 그러다 최근 들어서야 소박하게 된장찌개를 해먹고 간단한 다른음식들을 해먹는다고 한다. 일을 하며 '오늘 저녁엔 뭐 해먹지?'라고 고민하는 것이 평일의 소소한 재미가 되었다고 했다. 아빠의 일화를 들으며 다시금 직접 지어먹는 밥의 힘을 깨달았다.


과거로의 회귀, 도시락싸기

'직접'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내가 차리는 밥상에는 반찬가게에서 사온 반찬들의 비중이 많다. 모든 반찬들을 직접하면 더 좋겠지만 조금씩 손수만든 반찬의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반찬가게에서 반찬을 두개정도 사면 1~2주 도시락 재료는 80% 완성이다. 멸치볶음이나 진미채와 같이 빨리 상하지 않는 반찬들을 사면 배탈을 방지할 수 있다. 반찬가게 반찬2개에 새송이버섯이나 햄, 계란말이 등을 간단히 곁들여주면 3가지 반찬의 도시락이 완성된다. 다이소에서 2천원짜리 도시락통과 2천원짜리 보냉백을 사면 도시락챙겨가기 준비는 끝이다.



이번 경험은 나에게 '돈이 줄 수 있는 행복은 제한되어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나의 배는 한정되어 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그래서 엄청 많은 음식을 살 수 있어도 한끼에 하루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정해져있다. 그리고 과식하는 것보다는 소식하는 것 건강에 좋고 속도 편안하다. '돈'은 필요하지만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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