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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틈 Oct 16. 2024

알바를 경호하다

선우야! 위험해!

<편의점 알바를 경호하다>


통화하는 척하며 벌써 몇 번을 편의점 카운터만 살피는 수상한 오토바이가 

잠시 멈췄을 때 번호판을 찍는다. 


키는 175에서 180 사이... 어깨너비는... 그리 넓진 않은 편

팔목 소매를 따라 문신이 보인다는 건...

어쩌면 몸 전체에 문신이 있는 놈일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이 더위에 딱딱한 라이더 부츠를 신고 있다. 군화처럼...

가볍게 툭툭 차도 큰 대미지를 입는다.


또 한 바퀴 다시 돌아서 올 때 이번엔 반대편에 서서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살펴보니 한 블록 뒤의 골목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 블록의 반대편으로 나와서는 

다시 도로 쪽의 편의점을 돈다. 명백한 의도! 편의점 카운터를 노려보는 행위! 

한 바퀴를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30초. 선우 씨를... 노리는 놈일까?


이제는 수상한 라이더도 나를 의식한다. 


편의점 앞에서는 볼 수 없는 사각지대, 건물 뒤편 자리에서

놈을 잡아야 한다. 전력 질주. 놈이 돌아 나오기 전에 잡아야 한다.


건물 뒤편의 유난히 어둔 골목에서 뭔가를 계획적으로 준비했을지도 모른다.

그걸 잡아야 미리 막을 수 있다! 건물 뒤로 돌아갔지만 놈이 보이지 않는다. 

급히 뛰어가는데 옆에서 헤드라이트가 스친다. 골목!


한 블록 뒤가 아니라 에어컨 실외기가 모여있는 좁고 좁은 골목...!

저런 곳에 어떻게 오토바이를... 바이크 운전 실력도 보통이 아니다. 

내가 다가가는 기척을 모르고 급히 라이트를 끄고 담뱃불을 붙이면서 

딴청을 피운다.


왼쪽 겨드랑이의 가스총에 살짝 손을 얹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때 갑자기 시동을 걸고 돌진하는 오토바이 순간 피하지 못했으면.

실외기 모서리에 부딪힐 뻔했다. 


“야! 멈춰!! 너! 뭐야!!”


10미터 남짓 질주하던 오토바이가 멈춘다. 뒤로 돌아보는 그놈.


“너는 뭔데...! 비켜! “


그놈의 오토바이 가방 그물주머니에 담긴 초록색 번들거리는 물체가 보였다.

누가 봐도.. 청테이프...


”잠깐! 아저씨... 이리로 와봐요... 예?”


오토바이 수납가방을 흘끗 살피더니 바로 사라진다. 


분명하다. 생각해 보니. 더위에도 이 밤에도 얼굴 전체를 가리는 헬멧...

배달 라이더 복장이랑 비슷해서 무심코 지나쳤지만. 늘 맴돌던 그놈. 

평범한 진상 고객과는 차원이 다른 선우 씨를 가장 숨 막히게 했던...

더 다가오지는 않으면서도 늘 같은 거리에서 보고 있던 그놈! 스토커? 아니면... 성범죄?

생각하기도 싫다... 이제 어떻게... 하지?? 


“팀장님 저 일주일만 쉴게요...”


“갑자기? 어디 다른데 취직했니?”


“아니... 좀 개인사예요... 사실 좀 지인이... 위험에 빠져서...”


“응... 지금 니 밥줄이... 위험해... 응? 지금 젤 바쁜 축제 콘서트 몰린 이 시국에... 어?!”


“아... 그럼 저녁 6시 이후엔 좀 오프 시켜주세요!!”


“얘가... 찬유야 너 9급 경호공무원이니? 아니 요즘 공무원도 야근을 밥 먹듯 한다는데..."


”사정이 있어서 그래요... 혹시 민간 개인 경호는 비용이 비싸요? “


”그건 왜... 나가서 하나 차리게? “


”아니. 스토킹을 당하는 사람이 있는데...  심각해요. 납치가 걱정될 정도로...."


”야... 그건 경찰이 막아야지... 만 뭐 개인 경호를 24시간 하냐. 정해진 시간에만 하냐에 따라 다르긴 해, 1회성이냐 장기냐에 따라서도... 뭐 경호요원의 수준이나 경력, 역량에 따라서도 다르고... 구체적인 클라이언트의 요 스펙을 말해봐 ~”


“평범한.. 좀 여리지만 강한 여자예요...”


“...?”


“티 안 나게. 젠틀하게. 그러나 확실히 안전하게”


“...!"


 뭐... 돈만 있음 다 되는 거 아니겠니... “


<저 괜찮으면... 저랑 경호하고 갈래요?>



아침은 선우가 잠들어있고 싶어 하는 시간

특히 엄마의 저 돈돈 소리는 정말 돌아버리겠다.

이름은 근사하게 개인 간 금융사업 P2P 대출이지만.  

그게 뭐 그냥 사채 아닌가? 


“아니 이봐. 영철이 엄마... 돈은 뭐 그냥 종이 쪼가리야...

신용이. 약속이 돈이라고... 믿으니까 없는 돈이 나오고

약속 지키니까 다음에도 돈이 나오고... 

아니!! 그래... 알겠다고 갚겠지... 안다고 그런데! 

아 그래 곧 생길 거 아는데... 참 말 안 통하네!
돈은 생기겠지! 내 알바 아니고!!! 우리 신뢰는 사라지고 있다고... 암튼 연체이자 붙을 거고...

나도 금융 비용 발생하는데 그건 별도 청구니까... 그리 알고...”


순하고 연약해 보이는 엄마의 얼굴에서 뱀보다 무섭고 날카로운

말들이 너무 쉽게 넘어온다. 무섭다.  


“야! 너무하다니!! 너무한 건 그쪽이지! 나도 이 짓거리로 딸년 키우고

 내 목구멍에 풀칠한다고! 니 돈은 니 사정만 착착 봐주고, 내 사정은 뭐 엿 바꿔 먹었니?"

 왜 하나같이 빌려갈 때랑 갚을 때랑 다른 인간들이야? 참나..."


귀를 막아도 들리고 그냥 엄마를 생각하기만 해도 

저 목소리가 들린다. 왜 저렇게 다른 사람 말려 죽일 듯 돈 이야기하면서 항상 '딸년'이야기가 들어가는지...

몸서리치게 싫은 첫 번째 이유. 


“아 됐고!!  그... 일단 애기아빠 소유의 자동차랑... 지난번 집에 가서 보니까

 아저씨 골프채도 있던데. 다 팔아서라도 이자만이라도 내! 내가 순하게 하려고 했더니만

 아주 만만하게 보네.. “


“엄마!  그냥 좀 나가서 통화해!!!"


“어머어머... 얘가... 엄마 일하는데... 이 계집애야. 안 그래도 출근할 거야!
 근데 웬일로 이 시간에... 일어났니? 너 안 잤니? 요즘 왜 자꾸 아침에 일어나?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 “


“이봐요 사채 아줌마... 아니 선우일 수 사장님.

 제발 그 명함이랑 가게 이름에서 내 이름도 빼고. 

 돈 받아낼 때도 내 이름 말하지 말라고.. “


“얘가 땀 흘려 번 돈으로 좋은 밥 멀쩡하게 먹고 헛소리야

 너네 무능한 아빠 그렇게 이혼하고  지금까지 널 먹여 살리고 공부시키고 

 그게 다 이 선우일 수에서 나왔어! 아주 배가 불러서는...

 돈이 없는 것도 아닌 애가 만날 편의점 알바나 다니면서 취미로 돈 버는 년이 뭘 알겠니..."


취미? 그래 생존도 취미라면 취미겠다. 아침을 피하고, 지구 반대편의 시간에 살고 싶어서도 편의점 일을 하지만 저런 엄마에게 단 한 푼도 돈 달라 소리 하기 싫어서 일하는 건데... 엄마는 돈을 빌려준 사람에게 돈을 갚으라고 독촉할 때마다 어쩌면 그 사람들을 아빠로 여기는 지도 모르겠다. 불쌍한 아빠.



“너... 엄마가 남편 없이 혼자 너 키우느라  얼마나 힘들었는 줄 알긴 해?

 그래 네가 말하는 다정한 너네 아빠. 다정함만 빼곤 아무것도 없는 너네 아빠..

 다정함이 밥 먹여주냐? 내가 그 인간... 아이고... 내 팔자가..?


또 엄마의 저 이야기, 자기 탓은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그래서 본인은 단 하나의 말과 행동도 틀린 게 없고 무조건 싸워서 이기고, 쟁취하고 새치기를 해서라도 얻어내야 하는 저 심보... 숨 막힌다. 인파 가득한 역에서 기차표 구하려 줄 서고 밀고 싸우던 아주 어린 시절의 아빠 목마를 타고 봤던 풍경이 계속 반복재생된다. 아빠는 나를 훌쩍 올려 어깨 위에 올려놓곤 말했지... 어때? 바다 같지? 까만 머리털의 바다 하하... 인파와 뜨거운 입김 사이에서의 무섭던 마음은 놀이터로 바뀌곤 했지. 그때도 엄마는 인파를 뚫고 표를 구하러 갔고...


 이 낡은 골목 다세대와 빌라가 가득한 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크고 비싼 아파트보다 더 가까운 거리에서 살아가지만 마음은 훨씬 더 멀게 살아간다. 대부분 이 동네의 생김새처럼  여유라는 건 없어서 은행에서 돈을 빌리거나 하는 일도 힘들고, 불법채류 거나 아직 한국이 서툰 다문화가족도 많아서 급전이 필요하면  사채를 쓰는 일은 일상다반사고 가끔 월세나 돈을 못 갚은 사람들의 집 앞엔 세간살이가 내 팽개쳐지기도 한다. 


 엄마도 몇 번 그랬지. 


 편의점은 우리 동네가 모여사는 비탈진 동네의 아래 초입에 있다. 저들의 삶만큼 고단한 언덕이 시작되는 곳. 마을버스가 준비운동을 하고 올라와야 하는 곳. 모두 오가며 아는 얼굴을 발견하지만 반가워하진 않는다. 그중에서도 나는 그냥 사채집 딸. 독한 선우엄마, 선우일 수의 그 선우. 누구라도 날 노리고 스토킹 하고 납치하지 않는 게 이상하지...



"나 알바가요!"


"조심히 다녀! 요새 흉흉한 일도 많고... 아니 세금을 얼마나 내는데 순찰차가 이렇게 뵈지도 않아?.."


귀를 막자, 그 용도로 듣는 음악들 챠벨라 바르가스의 노래들, 영화 프리다를 보다가 영화와 그림과 프리다 칼로의 삶보다 그 음악에 사로잡힌 이후로 수시로 듣는 저 지구 반대편의 음악들 고개를 숙이고 이어폰을 꽂고 걸어내려 가는데 아까부터 공기가 내게 으르렁댄다. 지진? 아니. 으르렁 소리로 날 노리는 맹수가 옆에 있는 것 같다. 기척에 놀라서 이어폰을 빼고 돌아보니 오토바이 한 대가 가까운 거리에서 내가 걷는 속도로 따라오고 있었다. 기프 옆으로 비켜서도 계속 그 거리에서 으르렁거리며 따라온다...


멈춰서 지나가길 기다려본다. 


오토바이도 따라서 멈춘다. 


“저기요... 누구...”


“...”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 같다. 공격할 만큼의 거리를 두고 상대의 마음부터 무너트리는 공포감 조성 

앞 도 아니고 뒤 두어 걸음 뒤... 도무지 무서워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봐요! 왜 그래요... 누구신데요?”


헬멧 너머로 보이는 눈은 웃고 있다. 미친놈처럼 웃고 있는 얼굴, 살짝 고글을 올려서 일부러 눈을 보여준다. 동네 굶주린 고양이들이 먹이를 발견했을 때의 눈처럼 번뜩인다. 


놀라서 핸드폰을 꺼내 흔들려고 하는데 몸이 얼어서 흔들 수가 없다. 굳어서 그대로 멈춰버린 느낌

숨이 1cm씩 쉬어진다. 1cm만큼의 호흡 때문에 모든 생각과 몸도 1cm 밖에 움직일 수 없다. 


어렵게 가방에서 폰을 꺼내 흔들렸는데 오토바이가 그대로 나를  향해 돌진한다. 

눈을 감는다. 초식동물의 최후가 이런 기분일까...


“야!! 오토바이! 멈춰, 3745!!”


흔들지도 않고 떨었는데 벌써 신고가 된 건가? 시간이 느껴지지 않는다. 얼마나 지났지?


“선우 씨!. 괜찮아요?”


“네...? 누구... 아....”


검은색 정장....


“아... 1+1 정장...!”


“네... 그... 암튼 괜찮아요? “


“그런데.. 어떻게... 여기에 있어요?”


“자세한 이야긴 나중에 따로 해드릴게요! 오늘은 그냥 집에서 쉬는 게 좋겠어요 점장님도 이해하실 거예요? “


“네? 점장님이요?”


“네... 제가 만나고 오는 길이에요...”


“아.. 네 근데 어떻게 여길 알고...”


“일단 집에 가서 천천히 설명해 드릴게요. 지금 선우 씨는... 위험해요...”




 <지켜줄게요. 당신도 나를 지켜줘요>



“야... 찬유야 근데... 느낌이 싸한데?”


“뭐가요?...”


“스토커는 자기 존재를 드러내잖아. 뉴스들 봐봐

 얼굴 가리고 쫓는 놈들은 강도고...

 스토킹 하는 새끼들은 지가 뭔가 당당한 줄 알아...

 얼굴도 막 공개하지..."


 “그렇긴 해요. 헬멧을 써도 모습을 드러내니까... 근데 팀장님  그럼... 뭘까요? 그 오토바이... “


 “내가 원래 특수부대 출신에 경찰특공대 가려다가... 도저히 머리가 안 따라줘서... 가... 아니고.. 암튼... 그랬잖냐.  내가 냄새. 즉 감이 좋거든?  이건 딱 봐도 계획범죄, 범죄예비야...! “


 “너 편의점 주변에서 마주쳤을 때... 청테이프 봤다고 했지?


 “네. 오토바이 옆에 그 가방에...”


 “그 오토바이가 전단지나 포스터 붙이겠냐? 그런 복장에 그런 오토바이 타고? 

  이거 간단한 문제 아니다... 야 빨리 경찰에 알려야 해!! “


 “한 시간 뒤면... 출근인데 선우 씨,.. 저!!! 오늘은 좀 빨리 가요 팀장님!! 미안해요!!! “


 “선우 씨? 야.. 야 찬유야! 너 네가 사장해라. 아니 왜 저렇게 당당하지? 그냥 뭐에 미친 건가? "


 편의점 주변을 OR형태로 구획을 나눠서 가능성이 있는 곳부터 체크하자.  

 늘 숨어서 선우 씨의 동선을 보다가 기동성 좋은 오토바이로 일부러 위협한다면... 출퇴근 동선도 이미 안다는 것! 큰일이다. 일단 오토바이. 3745를 찾자.  아... 이럴 땐 내가 경찰이면 좋을 텐데...

 예상했던 데로 편의점 근처에는 이미 안 보인다. 


“어이~!!... 우리 요원 양반...”


“아.. 점장님.. 저기 제가 요원이 아니고...”


“아 보안 보안! 신분 감춤 크크 알았어...  그나저나 선우 이제 곧 나올 거야.

 좀 더 쉬라고 했는데 오늘은 무조건 나온다네... 참 성실해... “


 “그... 혹시 오토바이 타는... 이상한 사람이나 수상한 낌새 없었나요? “


 “오 수상한...? 남파 특수요원 같은 거?”


 “아니... 뭐 암튼 계속 반복적으로 오는 오토바이 탄...”


 “아!!! 오토바이는 뭐 내가 얼굴 아는 배달의 라이더님들 말고는... 아! 좀 무시무시한 사람들이

 한두 시간 전에 와서는 선우 이름을 말하면서 지들끼리 대화하더라고...? “


 “선우 씨 이야길요? 누구예요?"


 “응... 우리 요원님 같은 검정 정장이긴 한데... 그 느낌이... 우리 이 요원께서는

  좀 뭐랄까... 엘리트 하고 공식적인 느낌인데 그 사람들은... 뭐랄가 좀 어둠의 세계의  검정정장... 그 조폭. 딱 조폭 느낌 같은? “


 “네?!!”


 “아니. 자기들끼리 이것저것 생긴 거랑 어울리지 않게 껌이랑 사탕 같은 거 고르면서  카운터 쪽을 흘긋거리더니... 수군거리는데...  ‘고 계집애가 밤 근무라고?’ ‘이름 맞지? 선우... 딴에 아냐? 선우 맞아?' 이런 소리들 하는 거 들었지... 어유 얼마나 험하게들 생겼는지 무서워서 말 못 하고 있다가...  연락하려고 했지. 우리 찬유 요원한테...? “


  “아... 네...”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냥 빨리 그녀 옆에 있어줘야겠다는 생각뿐. 잘 모르겠다. 우리가 특별한 사이도 아닌데 왜 마음이 머리와 같이 움직이지 않는지, 경찰신고랑 개인경호는 나중 문제다. 일단 선우 씨한테 가야 해. 


“저기요 점장님. 지금 선우 씨가 좀 많이 위험한 것 같아요. 상황이.. 집이 어딘지 아세요? “


 “어... 저기 산새마을 중턱에서 좀 더 올라가 거기 어딘가라고만 알지. 근대 산새마을에서 여기 대로로 나오는 길은 하나니까... 그 입구부터 가보면... 길목은 하나야~ 그래서 이 동네서 무슨 사건 사고가 생기면 경찰도 다~ 이 편의점부터 와서 CCTV와 점장의 협조를 구하지 여기가 뭐 일종의 공공의 안녕을 지켜주는... 응? 벌써 간 거야? 아니 지보다 나이 많은 형이 이야기하는데... 그 싸가지는 확..."


조폭?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언덕 입구부터 길이 가파르다. 마을버스는 물을 찾아 순례를 마친 코끼리처럼 큰 덩치에서 지친 배기음과 가스 소리를 뿜는다. 가슴이 터질 것 같은데도  마치 태권도 결승전 1회전을 마친 것처럼  온몸의 근육과 관절이 돌이 된 것 같은데도 달리기를 멈출 수 없다.


 마지막 꼭대기 골목까지 뛰어 올라갔는데 안 보인다. 그런데... 뭔가 엔진... 기름 냄새. 휘발유 냄새....

있다!! 오토바이 한 대! 느린 속도로 내리막을 따라 저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 왜 못 봤지? 번호를 확인해야 하니 속도를 내서 거리를 붙여본다. 


그때 선우 씨 뒷모습.  그리고 천천히 접근하는 오토바이... 무언가 공격하기 전, 날치기를 하기 전에 살피는 듯한 저 움직임 위험해!


가까이 오니 보인다. 일부러 더 잘 보이게 꺼내놓은 청테이프...


야! 3745!

아직은 내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것 같다. 

더 빨리 속도를 내서 뛰어가느라 숨이 가쁘다. 


둘이 멈춰 섰다. 이야길 나눈다. 태권도 기합소리처럼 다시 힘을 모아서 외친다. 


“야!!! 멈춰!! 3745!!!”


고개를 돌리는 헬멧 그 짐승 같은 눈빛 맞다! 그 밤의 오토바이!

이미 할 일은 다 했다는 듯이 놀란 기색도 없이 속도를 높여서 선우 옆을 지나가 사라진다. 


“괜찮아요? 다친 데는 없어요?”


“아네... 좀 놀랐죠”


“선우 씨, 저 오토바이... 본 적 있죠?... 일단 일부러 선우 씨의 동선을 알고 따라붙는 것 같아요. 그리고 편의점에도 낮에 위험한 사람들이 왔다 갔데요... 무슨 일이 있으신 거예요?"


“흑... 정말 열심히 흔들었는데... 새끼발가락처럼 흔들려고... 잘 안되고..... 흑흑.


새끼발가락? 흔들어? 선우 씨는 약한 패닉상태에 빠진 것 같다. 


“선우 씨... 이제 아무 일도 없어요 걱정 마세요. 괜찮아요. 괜찮을 거예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아마도 긴급전화 연결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그간 얼마나 무서웠고. 놀랐을까.


“근데... 제 이름은 어떻게 아세요?..."


"아!  예전에 진상 때문에 고생할 때 옆에서 들었어요... 점장님 하고도 이야기하다가... 저는 찬유라고 합니다. 김찬유! 저 이상한 사람 아니고 경호원이에요. 사설경호업체 경호원, 원래는 태권도 전공인데. 잠시 쉬고... 아 구구절절 너무 이상하게 제 이야길..."


"그 오토바이... 봤어요. 몇 번 마치 진상들 모이라는 신호탄 같이 저 오토바이가 몇 번 편의점 주변을 돌면

 불량배 같은 사람들도 자주 나타나고... 이상한 고등학생 여자애도 와서는..."


 “좀 계획적인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위험한 것 같고요. 

  조폭 같은 그런 사람들도 엮인 것 같고... 일단 경찰에 신고부터 하고... “


 “신고... 해봤어요... 구체적인 피해나 명확한 위협이 없으면... 그냥 저런 식으로 보고 가고 이런 건...

  그 자체로 처벌하거나 뭔가 막기가 어렵다고... 그냥 순찰 자주 하겠다..."


 “음... 그럼 사설 경호를 신청해 보는 건 어때요?”


 “사설.. 경호요?”


 “네... 제가 경호원이잖아요. 연예인이나 기업에 계신 분들은 종종 사설경호를 받아요."


 “아... 경호.. 그래서... 점장님이 국정원...”


 “부럽네요.. 멋있고...”


 “네? 부러워요? 뭐가요?”


“누군가를 지켜줄 힘이 있다는 거...”


“아... 감사하죠.. 그렇게 태어나게 해 주신 부모님. 또 운동...”


“찬유 씨... 도 처음엔 이상한 진상인 줄 알았어요...

  1+1 에너지음료 사서. 하나는 왜 놔두고 가나..."


“아... 그게... 사실 진짜 정말 두 개는 많아요... 제가 그... 에너지 음료를 진짜 좋아하는데! 하루에 두 개는...”


“전 그 음료 별로 안 좋아해요."


“아....! 네?”


“아무튼 지난번 진상손님 대응도 그렇고. 고마워요. 오늘까지...

 그런데 이제 그만둬야 하나 싶어요. 딱히 이 일 말고는 할 만한 시간대의 일이 잘 없어서....”


“왜... 요? 왜 밤에만 일을 하셔야 해요? 여성분이라 더 위험할 텐데....”


“아... 그게... 뭐... 제가 아침이랑 낮에 활동하는 걸 싫어해요.

 오후부터 밤늦게까지, 밤새거나... 그런데 집 가까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 아무튼. 이젠 그 시간에 혼자 있는 것도  안전하지 않을 것 같아요. 

  경찰에도 그래도 알려놔야 하고요... 사설 경호는... 그 시간엔 좀 비용은 있지만...

  제가 알아봐 드릴게요. 저렴하게 이용하시는 방법이 있을 거예요"


 회사 차원에서 안되면 그냥 내가 경호를 하기로 했다. 


 “아. 돈은... 뭐 문제는 아니에요. 우리 엄마... 한 테...

  저한테 이런 일 생기게 다 우리 엄마 때문이에요... 엄마가 암튼... 험한 분들도 많이 알아서..."

  

 “일단 어머니께도 말씀드리고요... 제 연락처 드릴게요 당장 내일부터도 가능하니까

 필요하면 말씀하세요~ 다른 여성 경호원도 있어요."


“일단 오늘은  신고는 해두죠. 제가 파출소에 같이 가 줄게요.”


“네... 네?”


“경찰분들한텐 제가 사설 경호원이라고 하세요...”


“네...”


천천히 파출소까지 오면서 그녀 옆에서 나란히 걸으며

그녀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으로도 이상하게 가슴이 터질 듯이 힘이 들어가고

뭐라도 막아내고 뭐라도 다 해낼 것 같다. 지금 태권도 겨루기 결승전에 올라간다면 꼭 금메달을 따 낼 것 같다. 아니 이미... 금메달을 딴 것 같다.  


“저기예요.  파출소... 다 왔네요...... 어? 엄마?”


“안에 어머니가 계세요?”


“네... 엄마가 와 있는데요?”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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