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틈 Oct 15. 2024

이...새끼 발가락

절망을 일으켜 세우는  작은 기적

매일 12시가 지나야 일어날 용기가 생긴다.

뭔가 처음이나 시작은 지나갔다는 느낌이 들어야

안심이 된다. 아니... 그래야 움직일 수가 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오라던 예찬이가 파타고니아로 여행 가서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로 내겐 '처음'이라는 연습도 사라지고

그래서 모든 안전벨트도 다 끊겼다. 


심야만 담당하는 편의점 알바지만... 내 출근과 시작엔  아무리 짧아도

서너 시간 이상이 필요하다. 마음이 침대에서 일어서는 데만 한 시간...

덜 슬픈 내가 

더 슬픈 나를

한 시간 동안 일으켜 세우고 있다.


‘제발 이제 그만... 새끼발가락부터 일어나 이 새끼야...’


고1 때인가? 처음 데이트를 한 다른 반 녀석이

극장에서 허락도 없이 옆모습을 찍어서 남자애들 단톡방에 올리고 그 난리통에

벌벌 떨고 분해서 못 움직일 때도 예찬인 그랬다. 


“어이. 요놈새끼야... 일단 니 새끼발가락에

 온 영혼을 집중해. 그 새끼발가락을 일으켜 세워

 그리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들 거야

 내 몸에서 가장 소외된 새끼발가락도 일어섰는데... 

 이제 그만 나도 툭 털고 일어나자..."


예찬이가 가위눌리고 악몽을 꿀 때 깨는 방법이었다.

할머니한테 배운... 그걸 이렇게 적용하라고 하다니.

참신한 녀석... 생각날수록 목소리가 들려서... 새끼~ 하고 부르는 소리와

그렇게 마음이 무너질 때마다 움직이던 새끼발가락...


"오늘은 일하러 안 가니? 선우야?"

"가... 엄마... 일어났어..."


새끼발가락에 힘을 주고 일어나 본다.

침대 옆  벽에 걸린 파타고니아 풍경. 예찬이가 보내준 사진. 예찬이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 

사람이 살 수 있는 세상의 가장 남쪽 땅 끝.

거인이 살던 신비로운 곳이라며 전화로 알려주던 곳. 마지막 목소리.


나의 모든 처음이었던 예찬이가 가장 마지막으로 본 풍경.

그 사진은 삼 년이 지나서야 볼 수 있었다.


너에게 꼭 최고의 지구 끝의 최고인 파타고니아 풍경을 보여 줘야 한다며

그래야 지구 어딜 가든 처음이 아니어서 용기를 낼 수 있다고.

자신의 슬픔이 어느 정도 마른 뒤 예찬이 아빠가 네게 전해주셨다. 


위험하다는 만류에도 조금 더 좋은 사진을 담으려다 

 나의 첫 죽음이 되었던 아이. 모든 게 처음 었지만 너무 빨리 마지막이었던.


나 때문이란 생각을 하지 말아 달라고.

너를 위해서 가졌던 마음과 어쩔 수 없었던 사고는 연결할 수 없고

대신 예찬이의 이 사진과 마음은 꼭 간직해 달라던 말속엔 여전히 그리움과 슬픔이 느껴졌다. 


답장도 하지 못한 채 꼬박 석 달을 앓아눕듯 방에만 갇혀 있다가.


새끼발가락부터 일으켜 세워서 다시 컴퓨터를 켜고 그 사진을 보고서야

나는 알 수 있었다.


예찬. 네가 나의 첫사랑이었구나...


나쁜 새끼... 새끼발가락 같은 새끼...

마치 예찬이가 내 새끼발가락으로 환생해서 

나랑 한 몸이 되어 살아가는 느낌. 오늘도 거기에서부터... 

힘을 준다. 일어나자. 해가 곧 진다.  출근해야지....


바보 새끼!


'저기요! 선우 씨... 괜찮아요?' 어제를 다시 떠올려 상상해 본다. 

간밤에 몰아본 시리즈 드라마처럼 출근 전철에서 어제의 그 상황을 되돌려본다. 

스토리는 밋밋 마음은 뒤죽박죽....


“아...! 쪽팔려! 바보 새끼 그냥 확~ 으...!”

앞에 앉은 남자가 놀란 듯 노려본다... 고개를 숙여 당신에게 한 말이 아니라는 뜻과 미안한 표정을 보낸다. 

차라리... 그냥 솔직하게 말할걸..


‘언제 끝나요? 저도 오늘 일이 좀 힘들어서... 이 앞에서 맥주 한 캔 같이 할래요...?’

”아... 미친놈!!... 아?...! 죄송합니다...”

점점 주변에선 진짜 미친놈 아닌가 하는 표정이다. 


왜 나는... 나의 첫 시작은 항상 이 모양일까.

운동도... 일도 사람도... 부모님에게도...


열 살 첫 태권도 겨루기 출전에서 얼어붙었던 내 모습처럼

제대로 돌려차기 한 번 못하고는 K.O패 당하던 모습처럼...


이번에도...

실패.


그래도 나쁘지 않은...

실패?


 K.O는 아냐.. 일종의 경기중단 같은 사태지 뭐. 이름을 처음 알았네. 그 진상 놈 때문에...


선우. 여리고 겁이 많지만.  용감하게 소리 내어 우는 선우. 

맑은 청개구리 같은 여자. 초여름의 밤 지상에 떨어진 아기별 같은 목소리.

하지만 무성한 생명력의 소리들.


그녀가 진상 고객에게 욕을 하며 당당히 맞설 때 목으로 침을 삼키며 눈을 또렷이 노려볼 때

그 하얀 목은 청개구리의 목 같아.  그 하얀 목. 또 맑은 눈.


친구들이 돌을 던져서 죽여보자고 할 때도 서로 만지겠다고 할 때도 그 울럭거리는 하얀 목에서

어떤 말이 들릴 것 같고 그 맑은 눈에서 눈물이 흐를 것 같아서 친구들 욕과 야유를 뒤로하고

멀리 도망가하며 풀숲에 놔주던 기억, 그렇게 '또다시 만나~'라고 마음속으로 말 걸었던 그 청개구리...


‘이번 정차역은 디지털미디어시티

 디지털미디어시티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늘도 음악방송 IR 경호.


그래. 다시 만나서 반가워 나의 청개구리. 이젠... 선우, 내겐 청개구리다!

내가 또 지켜줄게.


긴급통화... 보험?


- 119 긴급전화 설정

- 햅틱 동작 편집


자 흔들면 되나? 어? 되네? 으악. 어쩌지?? 후다닥 끊자!!

문자메시지

[Web발신]

119에서 긴급구조를 위해 귀하의 휴대전화 위치를 조회하였습니다. 


“아... 네... 죄송합니다. 긴급전화 설정하다가.. 그만.. 네네... 감사합니다..."


진짜 걸리네? 꽤 쓸만한데... 실수로 다섯 번 흔들지 않게 조심해야겠다...

그런데 그 1+1 정장 미친놈... 뭐지? 흑기사처럼 나타나서는 뜬금없이 

‘맥주도 마셔요?’

풉! 그럼... 안 마시냐? ㅎ 이 자식.. 여태껏 1+1을 사서 일부러 줬단 소리?

아... 촌스러... 어쩌냐 그 순진한 정장 아저씨...


가끔 마신 그 에너지 카페인 음료를 내 최애음료로 알았던 모양이네....

사실은 아침을 피하려고 낮에 자려고 밤에 필사적으로 마시는 건데...

암튼 뭐 진상도 변태도 아닌 거 알았으니까... 다행. 


귀엽네... 예찬이... 생각도 나고... 이름도 모르지만... 

아... 그나저나 오늘은 진상프리(free), 노(No) 진상의 날을 보내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진상은 또 스토커 일수도 있다. 스토커 범죄자들은 더 두렵다. 

얼마나 교묘한지. 출동한 경찰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하게 만드는 경계에서 벌이는 짓들.


법이 엄격해지면 모기처럼 그 망을 피해서 요리조리 달려드는

독한 모기 같은 것들... 카운터에 콘돔 올려놓고는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어떤 게 게 더 좋은 거예요?... 이딴 개소리나 묻는 새끼들. 

그래도 때 마침 나타난 정장 덕에  조금은 마음에 작은 보험 하나 들어있는 느낌?


“하~ 요놈 봐라.. 요거... 생긴 거랑 달리 응큼하네..”


“아~ 아니라고요! 팀장님... 그냥 요즘 스토킹도 워낙 많고 우리 쪽에도 의뢰가 들어오잖아요... 우리가 먼저 뭐... 경호를 제안하고 이런 건 없냐... 즉 일종의 적극적 영업... 이런 거지요... 뭐랄까... 마케팅?"


“야. 찬찬! 찬유... 너 경호해 드릴게요 하는 광고 본 적 있어? 누가 경호를 영업을 뛰냐...

 어? 고객님! 위험해 보이네요? 내가 경호 할인해서 싸게 해 줄게요. 이게 말이 되냐?

 안 그래도 행사 많아 정신 사나운데... 너 쫌 하는 일에나 집중해 줘~ 애들 안전 어쩌고 교통경찰 놀이 하지 말고... 뭐 경찰에 스토킹 신고를 하거나, 스마트 워치를 받겠지~" 


“그럼  본인이 의뢰하면 1:1이라도 해줄 수 있는 거예요?”


 “뭐... 의뢰인이 의뢰하면 당연히...? 야! 과외 구하냐? 잡소리 그만하고
 빨리 준비해 오늘 음악방송 힘든 애들 온다.  지난번 팬클럽은 그래도 한국애들이었지. 얘네는 일단 언어

 가  달라... 멀리서 왔잖아 얼마나 열정적이겠니.... 긴장해라... “


“옛, 설!!”


금발, 곱슬, 붉은 머리카락... 파란 눈, 갈색 눈... 흰 피부, 검은 피부... 붉은 피부

정말 다양한 글로벌 팬들이 모여든다. 하긴 케이팝 인기가 뭐 하늘을 찌르니...

그런데 도대체 무슨 돈과 시간으로 어디서 온단 말인가... 

“Excuse me... Excuse me!, where is the restroom?”


“아... 엄.... 아웃... 오버 데어!! 레프트 어... 워먼!!!”


“Thanks!”


어... 안 쓰던 영어를... 하마터면 못 알아들을 뻔했네. 제대로 말한 거 맞지?

아... 그래도 해보니 되네!! 흠흠...


“Thank you~. you’re so kind~”


“어.. 땡큐 투... 맞나? 하하.. 웨어아유 컴 프롬...?”


“From Argentina”


“에?... 알젠띠나?.. 뭔.. 소리...”


“저는 알젠띠.. 아니 아르헨티나 사람입니다. K-pop 싸랑해요!”


“아... 아르헨티나... 오케이!!! 웰컴 코리아!!! 윈조이 윈조이~!”


종종 행사장에 오면 많은 외국인들이 있다. 간단한 짧은 영어로도 필요한 안내를 해 달라
주최 측의 요청이 종종 있는데.. 너무 굴리는 발음으로 뭘 묻고.. 몰라서 갸우뚱하면

답답하단 표정을 지으며 두 손을 들었다가 내리곤 가버리는데... 여간 기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최근 아이돌 공연 K-pop스타들 공연엔 정말 매너 있는 외국인들 특히 젊은이들이 많다.

한국어는 어떻게들 그리 잘하는지...

도대체 뭘까. 저 먼 아르헨티나에서 여기 한국까지 지구 반대편을 날아오는 힘. 

사랑...? 에이... 그냥 팬심인데... 갑자기 청개구리 같은 맑은 눈 그녀가 겹쳐 보인다. 




“땡그랑 땡...”


“어서 오세요~! CS24입니다...”


어? 누구지...? 점장... 인가?


“1+1입니다 고객님.... 포인트 적립 하시나요?... 고객님?! 이봐요~!”


“아! 네? 아... 여기 카드...”


“포인트 적립은 안 하시나요?”


“네... 그냥.. 해주세요”


1년 365일 늘 이 밤에 등대처럼 있던 그녀가 오늘 밤은 없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저기...”


“네 고객님”


“그... 원래 아르바이트생... 은 어디 갔나요?”


“아... 그게... 흠...”


의심스러운 눈으로 보는 아저씨의 명찰에 점장이라고 쓰여있다. 얼굴은 더 의심 가득하게 날 본다. 


“실례지만.. 왜 그러시죠?”


뭐라고 답하지?  마음이 쿵쾅거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도대체... 그녀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눈 못 감는 인형의 기사 



여느 때와는 다른 이른 아침... 창문 암막 커튼의 좁게 열린 틈으로

선을 긋듯이 밀려온 햇살이 칼로 베듯 두 다리를 지난다.

새끼발가락이 움직이지 않는다... 빛의 칼날이 점점 얇아지고 좁아지더니...

무언가 뜨거운 느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빛이 비친 곳 주변으로 퍼진다.

일어나서 그 빛을 피하고 싶은데... 새끼발가락이 움직이지 않아...

점점 칼날처럼 몸을 향해 연기를 내며 다가와 긋고 있는 햇빛들...


예찬! 야 이 새끼야!‘ 찬아~! 나 좀 도와줘... 빛의 선은 뜨겁게 달궈진 철사처럼

다리를 조여 온다. 비명조차 나오지 않는다.

숨을 쉬려고 할 때마다 새끼발가락을 움직이려고 할 때마다 조여 오는 달궈진 철사...

제발... 타는 연기와 그 연기가 새어 나온 자리에서 검은 피가 흐른다...


"악!!! 아아아악!!!! 엄마!!!!"


“야!! 선우!!! 선우야!!! 일어나 봐!!!”


“어.. 엄마..?”


“괜찮아? 첫새벽에 들어와선..

정오가 지나도록 자길래... 오늘은 알바 안 가니? “


”엄만... 왜 집이야?... 몇 시야 지금???

아... 큰일 났네!!! “


”됐어. 오늘은 좀 쉬어. 점장 전화 왔길래... 아픈 것 같다고 좀 쉬게 하겠다고 했어...

네가 평소에 궂은 야근을 워낙 잘해서 뭐 유급으로 쉬란다... 

나참. 하고많은 일을 놔두고 넌 편의점 야간 알바가... 아니 차라리 다시 학교를... “


”아 나가! 됐어 엄마... 아... “


”아프면 내일 병원 가보고. 자면서 땀이랑 소리는 왜 그렇게 지르니... 만날 밤낮은 바뀌어서는...”


”아~! 알았다고...! 내 방애서 나가!!! “


엄마는 아니 엄마랑은 어쩌면... 철이 들기도 전부터 나랑은 저렇게 대화했던 것 같다.


아빠가 우릴 떠난 게 엄마 탓이라 생각했기 때문일까 사실 엄마 탓만은 아닌데도.

두 사람이 이혼했다는 게 뭔지 이해가 될 무렵 엄마가 그 이혼을 잘했다고 소리칠 때마다... 엄마가 미웠고.

친구들이 아빠한테 안기고 아빠 자랑을 할 때마다...  우릴 떠난 아빠가 아니라 엄마가 더 미웠다. 

돈 못 버는 밴드의 베이시스트인 아빠에게... 돈을 벌어오라고 할 때도... 여자들 나오는 술집에서 취객들 반주해 주다가 그들이 권한 술에 취한 아빠를 화장이 짙은 술집 여자가 집에 태워다 줬을 때도... 그러다 점점 집에 들어오는 날이 줄어들 때도...


사실 나는 엄마를 더 미워했다.


그냥 좀 더 강한, 생활력이 강했던 엄마가 아빠를 보호하면 안 될까... 저럴 줄 알면서 왜 결혼했는지... 그게 다 엄마의 이기적인 욕심으로 보였다. 


예찬인 그때도 

이상하게 그런 엄마가 이해된다고 했다.


”뭔 개솔...?! “


”그냥 보호본능이었을 거야... 네가 좀 약하기도 하고... 그냥 니네 엄마.. 널 더 보호하려고 아빠랑... 싸우신 것 같아... 그니까. 미워마라... 뭐... 엄마 자꾸 미워하면 안 그래도 나쁜 니 인성 더 버릴라...”


“이 새끼가... 야! 네가 뭘 안다고 나서. 입 닫아...! “


”엄마한테 물어봐... 너 생기거나 태어나기 전부터 둘이 싸웠냐고... “


”그 딴 걸 왜 물어 이제 와서 뭐 어쩌라고... “


어떤 날은 떠오르는 대화가  진짜 둘이 했던 말들인지

내 안에서 저절로 나온 이야기를 둘이 나눈 대화로 착각한 건지  진심 모르겠다.


“엄마...”


”왜! “


 엄마... 그때 그냥 안 그러면 좀만 참으면 되는 거 아녔어..? “


”뭔 말을 하니... 알아들을 수가 없네... 진짜 병원 가봐야 하는 거 아니니? “


”아니... 아빠랑 이혼... 말이야... 남은 아빠 기억 떠올려보면... 그래도 늘 웃고. 장난치고. 안아주던

그런 사람이었는데... 돈은... 엄마가 지금처럼 좀 더 벌면... “


”자다가 갑자기 봉창 두드리니... 얘가... 다 끝난 걸 갖고... 사랑? 사랑이 밥 먹여... 아니 사랑하면

밥 먹여주는 거야. 똥 치워주고. 혼도 내고! 봄 여름 가을 겨울 다 있는 거야. 사랑하면 책임도 지고 아파도 하는 거야.. 그 인간은... 에휴... 말을 말자... 넌 쓸데없는 이야길 꺼내서는... 알지도 못하면서"


”아직도 왜 그리 미워해?! “


”무슨...! 이상한 소리 말고 잠이나 더 자!!

저놈의 무섭게 눈 뜨고 있는 인형 좀 버리고!!”


아빠와의 추억으로 유일하게 남아있는 아기 인형...

눕히면 눈을 감고 세우면 눈을 뜨는 게 신기했던...


이젠 고장 나서. 눕혀도 눈이 감기지 않는다.

불면의 인형.

눈을 뜨지 못하는 인형이 된 것보단 눈을 감지 않는 인형이 된 게 낫다고 생각했다. 


편의점 진상 사건들이 있을 때마다 스토커 같은 놈들이 서성일 때마다

잠은 더 자기 힘들었고. 같이 눈을 뜨고 있어 주는 저 인형이 날 지켜주는 것 같다.

그런데 이젠 내가 고장 난 인형 같다... 눈을 못 감는...


그런데 오늘은 왜 이렇게 잠이 오지? 아... 이상하네...




“알바요? 왜... 그러시죠? 왜 찾으시는데요? “


”아... 아뇨.. 찾는 게 아니라요 그냥... “


”오~ 너! 그 진상이구나? 어?? 이 자식 너 잘 걸렸어... 멀쩡하게 생겨갖고 말이야!

이 동네 물 흐리는 이 변태새끼! 어? 매번 점장 부르라며! 왔다 이 새끼야! 나다! 어? 

좀 열심히 살려는 애를 괴롭히고 욕하고!! 너 같은 놈은 콩밥 좀 먹어야 해!!  

너 딱 기다려 너 내가 지구대랑 경찰서랑 어? 다 친해!!"


”네? 아~! 아니에요!! 제가 그 변태 진상한테 선우 씨가 괴롭힘 당할 때 도와준 사람이에요!! 

 저 그 변태 스토커 아니라고요!! “


”아... 그래... 요?... 아! 그 국정원~ 오! 맞네!! 검정 양복에!! 권총! “


”네? 아... 그건... 아닌... 데  암튼.. 네...”


”근데... 선우 이름은 어떻게 알았어요? 아아... 맞다. 에이! 국정원...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알지!! 오~ 뭐 내 이름이랑 우리 마누라님 성질까지도 다 아시겠네! 암튼! 다행이에요!"


”다행이요...? “


”응! 한두 놈이 아니었거든. 거 선우가.. 아픔이 아니 사연이 많은 건 알 거 아냐...! 걔가 낮엔 밖엘 나오지 않잖아... 그런데도 늘 야간을 얼마나 잘 서주는지...  암튼! 그 시간이 진상 집합 시간인데... 특히 그 보셨던 그 변태랑. 또 한놈 있어. 밖에서 늘 같은 시간에 지켜보고 있다 가는 놈. 또 멀쩡하게 와서는. 1+1 사서 두고 가는 놈..."


”아 그 1+1은 저... 에요"


”아! 뭐. 그렇군요. 암튼... 선우 아빠가 나라를 위해 몸 바치신 우리 요원님 선배? 엄마는 오가며 인사드렸는데... 아빠는 아예 말고 없고 물어도 못 들은 척하더라고.. 맞네! 그래서!!!! 선배이자 선우 아버지의 부탁! 우리 딸을 지켜다오... 오~~ 영화야 영화!!!”


“...”

정말 영화같이 떠들어대는 사람이다. 묻지 않았는데 하고픈 말을 술술 하는 사람 같네.


“잠시만 기다려봐요!! 선우... 연락처가... 아니... 뭐 이미 알고 있지 않나?? “


”그 개인정보라.. 그... “


”아 오케이!! 법은 지켜야지!!... 그럼 나도... 알려드리긴 그렇고 연락처 주면 내가 선우한테 전할게요. “


”아네! 여기 명함... “


나이스가드팀.

대리 김찬유.


“오...! 하긴 요원들은 진짜 명함은 없다더니... 위장 잘했네... 아아!! 비밀 기밀!!! “


뭐 이렇게 된 이상... 지금 이 시점에선 해명이 더 이상해질 것 같다. 해명할수록 더 정보기관 요원으로 볼 것 같고... 자칫 신고라도 하면... 까다롭고... 뭐... 들킬 염려도 없네. 국정원이라 믿고 있는데 누가 뒤를 캘 수도 없을 거고... 신분은 확실하다고 생각하고... 에이! 모르겠다.


“암튼 오늘은 몸이 안 좋아서 쉰다니까... 뭐...”


“아... 다행이네요... 아니!! 저기 그 쉬어서 다행...! “


”그래요. 내일은 나올 거야. 그 경찰 쪽에도 잘 좀 말해줘~ 요새 선우 노리는 스토커 말고고 이 동네 어린 노무시키들이 담배 피우고... 술 마시고... 내가... 주민자치위원인데... 이 동네가요 원래는 어?... 꽃피고... “


”저. 그럼...”


”아...! 그려! 충성! 우리 동네와 선우를 잘 지켜주고!! “


뒤죽박죽. 아무튼 선우 씨가 무사하다니 다행이다. 아버지가... 없나?... 무슨 일일까... 그나저나 

국정원 아닌 건 어떻게 말하지...?  그런데 아까부터. 같은 오토바이가 세 번. 편의점 들어올 때 한 번 

편의점 안에서 한 번 그리고 지금. 간격이 일정하다.


편의점 안과 근처만 집중적으로 노리고 있다. 왜 세 번이나 도는 거지...?

그리고 마지막에 나랑 마주친 눈... 야생동물의 눈에서 나는 푸른 인광 같은... 그 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