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에 갇힌 당신 덕분에 나는 현실에 갇혔다
<고양이>
부끄러움은 거울 같은 거야
거울이 필요한 사람들의 반사 같은 것의 유사체
그러니까 부끄러움은 소유권 분쟁 중이야.
니 거야? 내 거야? 누구 거야?
침묵은 거울의 표면 같다고 하지만
표면은 침묵 같고
침묵은 절규 같아서
같지도 않은 것들이 같아 보이고 같고 같은 듯해서
거울에 갇히는 거지.
참 답답하군.
참 답답하군...
말과 맘도 반사가 되는 군
그렇게 생겨먹은 유리거울의 도시에서
밤이면 홀라당 속이 훤히 보이는 남사스러운
대낮 같은. 대낮 같이.
값싸게 버려지는 어둠의 가치
그래서 그토록 닮아가려고 반사하고 반은 죽고 반은 살고 삶은 죽음같이 죽음은 삶같이
살갗이 부끄러운 표면, 거울.
반은 널 죽이러.
반은 널 살리려.
그런데 널 보면 도무지 알 수 없어
아무도 거울 안의 표면 아래의
우릴 만진 적이 없으니.
깨진 조각이 무서워
미리 흘린 피가, 피 같은, 피가 흥건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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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부터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모든 모순을 시작하고 풀어가는 모험의 첫 출발지였다. 생각을 요구하는 ‘사고실험’이지만 삶을 겪는 마음의 대부분을 잘
설명해 주었다.
50%는 죽고, 50%는 살아있다는 상자 속의 고양이는 때론 반은 통과하고 반은 반사되는 거울로도 이해되곤 했다. 희망과 절망, 행복과 불행, 사랑과 미움, 너와
나...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몸의 저 엇갈린 반대들은 늘 내 인생의 상자 속에서 고양이로 분주했다.
우연히 만난, 우연히 내 생각을 읽는 당신에게 묻는다. 나는 좋은 사람인가? 나는 나쁜 사람인가?
거울에 갇힌 당신 덕분에, 나는 현실에 갇혔다.
사랑하고 싶을 때마다 미워하는 마음이 낮과 밤처럼
한 몸이 된다. 이 아침과 이 저녁의 ‘개와 늑대의 시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