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퇴근길 만원 지하철
스크린도어가 열리고
몸을 구겨 겨우 탄 남자가 두리번거린다
찾던 누군가를 발견하지 못했는지 남자는 전화를 걸고
두리번거리던 남자는 이내 얼굴이 환해진다
옴짝달싹 못하는 만원 지하철
이쪽 문과 반대편 문 앞의 연인
서로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거기 있다는 것만으로도,
서로가 한 공간에 있다는 걸 알아차린 순간부터 마음에 불이 켜진 것이다
서로 얼굴을 마주 하고 있지 않아도
좋아하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 아끼는 마음, 보고 싶은 마음, 마음 마음...들이 꼭꼭 담겨 있는 마음이 그들을 단단히 이어주고 있었다
몇 정거장이 지나고 그들 사이의 방해물들이 사라지자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석처럼 서로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아까보다 더 환해진 얼굴로 서로를 바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