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했다
얼마 전 두 번째 퇴사를 하며 -
내가 왜 이리 맘이 아픈가 했다
되짚어보다 보니 이유를 찾아냈다
처음 퇴사한 유치원에서 6년을 일했다
많은 아이들, 학부모님을 만났는데
유치원 교사가 직업이라 하면 사람들은 '학부모 민원'을 자주 언급하며 힘들겠다 한다
물론 여러 사건사고가 참 많고 많았지만 그래도 감사하게도
우리 유치원 학부모님들은 마음이 참 좋았다
유치원마다 특성이 있는데 이곳 아이들은 유난히 순수했다
아침 저녁 만나는 학부모님들의 밝은 인사와 격려의 말과
선생님 힘들어 안아줘 하면 여지없이 달려와 꽈악 안아주고
거기에 등까지 토닥여주는 아이들의 온기면
행사, 서류, 야근, 평가가 반복되는 일상을 또 잘 견뎌낼 수 있었다
퇴사를 결정하고 나는 혼자 이별을 준비했다
아이들, 학부모님들과는 아무런 인사 없이 헤어져야 했다
아이들을 안아주며 혼자 울었고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하원 배웅을 하며
학부모님들께 그저 마음으로 인사를 건넸다
내일도 다시 만날 것처럼.
가슴앓이의 시간이었다
나 혼자만 예정된 이별의 시간
근무 마지막날이 지나고 그분들에게 나는 갑자기 없어진 사람이었다
훗날 들어보니 원장님은 학부모님들에게 내가 '아파서' 그만두었다고 얘기했다 한다
물론 아픈 건 맞았다 '마음'이 만신창이었으니.
내가 사랑했던 일이고 열정과 열심을 온전히 쏟았던 곳이고
내가 아끼는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남아 있는 곳
그런 곳을 훼손 시키고 싶지 않았다
원장님과 그들의 가족과의 갈등 때문에 퇴사하는 거라고
학부모님들에게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이번에도 -
내가 이번에 왜 이리 마음이 아픈가 했더니
그때와 비슷했다
내가 그만두는 이유가 내가 지원하는 분과의 갈등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이 회사에 남아 계속 일할 이분에게 혹시라도 피해가 갈까봐서다
유치원을 그만두고 다른 분야의 일을 이 회사에서 시작했다
오늘까지가 내 마지막 근무라고 퇴근 한 시간 전쯤 팀원들에게 이야기 했을 때
몇몇분들의 서운한 눈빛, 당황한 표정이 자꾸 생각나 마음이 흐리다
조금이라도 미리 이야기를 했다면 어땠을까
그들에게도 이별할 시간을 주었다면.
내 퇴사의 이유인 그들을 지키려고
내가 아끼고 마음 준 이들과의 관계를 망쳤다
착한 척의 새드엔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