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사랑한 꽃
[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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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었다는 것을 알아채는 것은, 형광등이 꺼지는 순간이다. 검은 비닐로 휩싸인 비닐하우스 꽃가게에도 형광들이 꺼질 때가 있다. 그것은 주인이 상품에게 베푸는 배려다.
이때만은 좁고 답답한 비닐하우스 꽃가게를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다만 240시간 같은 오늘을 잘 마무리하고 어떻게라도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무장해야 한다.
하루가 길었고, 지금은 피곤하다. 가끔 어둠은 내게 평안을 준다. 세상 모든 것들이 밤에 다 버림받고 사라진다고 하지만 우리 꽃들에겐 예외니까!
모든 버려짐은 근무시간 안에 행해지는 질서이기 때문에 나는 밤에 비닐하우스 꽃가게 밖으로 버려질 상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당장 나를 내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은 두려움과 불안을 걷어내기에 충분하다. 어쩌면 내일이나 모레쯤에는 이 비닐하우스 가게 밖으로 던져질지 모르지만 그것을 미리 상상하여 슬퍼할 까닭은 없다.
녹비단, 로라, 염좌, 라울, 엘레강스 그리고 고운 백발의 할머니 같은 백소정, 연꽃잎처럼 널찍한 잎을 가진, 혹은 부채처럼 생긴 연성각접목도 잠이 든다. 잠을 잘 때면 꽃들은 꽃잎을 아물고, 가시를 숨기고 다소곳하다. 조용히 취침에 든 꽃들은 사랑스럽다. 역시 꽃은 침묵해야 아름다운 법이다.
고단한 그리움이 나의 졸린 눈을 채운다.
버려지지 않도록 해 달라는 소망은 현재 나의 유일한 소망이다. 또다시 버려져서는 안 된다. 지금은 어떤 이유에서든 살아야 하고 또 살아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꽃을 피우기 위해서라도, 사랑할 것들을 위해서라도, 그리운 것들을 위해서라도 죽어서는 안 된다. 이것들의 실체는 모두 ‘나의 근원’이다!
나는 꿈을 꾸어야 한다. 죽음 이후에 존재하는 꿈이란, 실재하지 않는 허상이다. 꿈은 살아야만 가능한 현실이기 때문에 나는 잠을 사랑한다.
심연 깊숙이 박아 놓은 의문의 족쇄들을 풀기 위해서 나는 잠시, 꿈속에서 어린 새를 찾는다. 어린 새의 발버둥은 의미 없는 토론보다는 나의 기억을 되찾을 수 있는 아주 적정한 게임으로서 더욱 가치가 있다. 나는 그 가치를 실현시킬 것이다.
물론 기억을 찾을지, 고향을 찾을지, 동무들을 찾을지, ‘나의 무엇’을 찾을지는 미지수다. 무엇이라도 좋다. 찾는다는 것에만 의미를 두고 경계를 허문다. 무엇이든 찾아야 하니까.
나는 비상한다. 날개에 힘을 주고!
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