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바다

바다

by 김도화

내 속에 네가 들어오던 날

나는 파도가 되지 못한 것을 서러워했다.

바람이 불면 잠시 스쳤다 사라지는 파도였다면

아마도 너는

지독스레 나를 아파하는 사랑은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의 삶에

통증 같은 청춘을 추억하기엔

사랑은 너무나 깊고 깊은 바다였다.

심연을 알 수 없는 어둡고 긴 미로를

동그랗게 돌고 도는 시간들을 밟으며

우리는 얼마나 방황하며 흔들렸던가?

차라리 바람 따라 사라지는 파도였다면

내 속에 흘러 온 바다를

나의 고운 숨결로 어루만지니

삶이 나를 기망한들 무엇이 두려웠을까?

내 속에 네가 들어오던 날

나는 비로소

파도 끝에 부서지는 하얀 포말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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