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읻다, 2023)
해석할 수 없는 마음을
반듯하게 앞접시에 담아 건네는 사람들
르포 작가 은유의 한국 시 번역가 인터뷰 산문이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가 읻다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시로 삶을 들여다보던 전작 『올드걸의 시집』 이후 시의 곁에서 시의 날개에 깃털을 더하는 사람들에 주목한다. 이번 인터뷰 산문집에서는 한국어로 된 시를 여러 언어로 번역하는 7명의 문학 번역가를 인터뷰로 담았다. 시와 문학으로 마음의 순수를 바깥으로 쉼 없이 내놓는 이들에 주목한다.
정확한 언어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시가 좋다. 설명할 수 없어서 그것 자체로 설명이 되는 시가 좋다. 시는 프리즘 같아서 각도에 따라 빛이 다르게 도출된다. 어느 방향으로 비추면 밝은 빛, 각도를 조금만 다르게 해도 푸른빛이 나오는 게 시다. 그래서 시는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 모두 다양하고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이 시의 재미 중 하나 아닐까. 모든 것이 가능해서 모든 것을 안을 수 있다는 것. 그렇기에 수렴과 발산을 반복하며 어디로든 가고 어디로든 가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시가 좋다.
이렇듯 시를 읽다 보면 미궁으로 빠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데, 이러한 재미의 울타리를 넓히는 것 중 하나가 번역 시가 아닐까 싶다. 예전에 대학교 재학 중 레빈 선생님이 번역 시에 관한 말씀을 수업 중에 하신 게 기억난다. 자신이 모르는 언어를 몸으로 느끼고 자신의 언어로 옮기는 일이 재밌다고 하셨던 것 같다. 번역가들은 모든 말을 할 때 재미를 꼭 언급하는 것 같다. 그만큼 본인의 일이 정말로 재밌을뿐더러 번역에 임하는 자세가 작가와 같은 자세로 작품을 대하는 것이기에 이러한 재미를 꼭 언급하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하게 된다.
은유 작가의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에서는 시와 문학 번역이 주는 기쁨을 넘어 그것을 이국의 언어로 옮기는 이들의 힘찬 노력을 살펴볼 수 있다. 이들은 언어를 번역하며 문화적 간극을 살피고 단어 하나에도 세심하게 살펴본다. 자신이 느낀 기쁨과 재미를 이국의 독자에게도 전달하기 위해 애정을 따뜻하게 닦는 사람들이다. 은유는 이들에게 독자들이 궁금해할 내용을 질문하기도 하고 그들의 삶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부분과 현재의 삶에 관해 질문한다. 이러한 질문은 결국은 다시 문학으로, 시로 귀결되며 담담히 운명을 받아들여 낙관적인 미래를 상상하는 번역가들의 사랑을 밝게 비춘다.
우리가 소통을 할 때 오해를 감수하고 말하는 것처럼
시 번역도 그냥 사람이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일 중에 하나 아닌가 싶어요.
그걸로 누군가랑 이어질 수 있다면,
그걸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랑 만날 수 있다면…….
「즐거운 오해 – 호영」 중에서
언어고 번역이고 어려운 말로 한다면 아무도 알아볼 수 없게 말할 수 있겠지만, 사실 모든 우리의 문학 활동의 가장 큰 목적은 소통이 아닐까. 당신을 알고 싶고 먼 나라의 사람들은 무슨 시를 읽으며, 어떤 문학을 하며 어떻게 사는지 알고 싶다. 문학은 그것을 가능하게 하고 적어도 시는 전혀 모르는 타인의 삶을 사랑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인종, 젠더, 학력 등 모든 경계를 허물고도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시의 사랑을 전하고자 하는 번역가들의 마음이 이해는 된다.
책에는 다양한 번역가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그들에게 닿는 어느 문장 하나만으로도 대화를 상상하고 바깥으로 선보여서 함께 기쁨을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자신을 믿는 마음과 그 마음을 적어도 문학이 훼손하지는 않을 거라는 낙관을 품고 안개 너머에 있는 사랑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려고 숲으로 들어가는 사람 같다. 인터뷰에서 그들의 혼란을 나눠 읽고 번역가는, 번역은 조금 더 인간적인 행위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들이 다루는 언어도 내가 다루는 문학과 같고 우리는 하나의 울타리를 점점 넓혀나가며 언덕을 지우는 사람들이라는 것도 말이다. 이것은 그들이 사랑으로 이룩한 하나의 결과에 불과하다. 더욱 다양하고 즐거운 기쁨들이 앞으로의 미래에도 문학을 사랑하는 우리들의 마음에 깃들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