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미 이치로, 전경아 옮김, 『일과 인생』(을유문화사, 2023)
당신의 일은 어떠신가요?
기시미 이치로, 전경아 옮김, 『일과 인생』(을유문화사, 2023)
‘잘’ 살기 위한 노동을 위하여
기시미 이치로의 『일과 인생』이 을유문화사에서 출간되었다. 『미움받을 용기』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는 이번 책에서 직장에 대한 의문, 노동에 대한 의문을 철학과 문학의 텍스트를 이용하여 해소하고자 한다.
직장을 구하기 위해 취준하고 있지만, 항상 평생 할 수 있는 직업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했다. 즐기면서 일하는 삶을 막연하게 꿈꾸면서 즐길 수 없는 일을 해야 하거나 할 수밖에 없을 때 그것에 분노하며 슬퍼했다. 결국 사람은 마냥 즐거울 수 없는 일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톱니바퀴처럼 사용되고 버려진 사람들을 보며 측은함이 들면서도 나도 저렇게 될까 두려움을 품었다.
아빠는 항상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처럼 살려면 일을 해야 한다고, 그건 아마도 돈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가장 큰 이유 중에는 돈이 있지만, 그것과 견줄 수 있는 건 어떤 루틴이 있는 생활과 그것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감각 혹은 마음이다.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을 타인과 함께 살아가면서 사람과 함께 부대끼는 생활에 적응하고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들은 사회생활에서 배울 수 있는 가장 큰 이점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가장 근원적이고 커다란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왜 나는 사람과 함께 살아야 하는가? 기시미 이치로는 『일과 인생』에서 그것에 대한 답변을 문학으로, 철학으로 혹은 자신의 생활로 비유하여 답한다.
책에서는 네 가지 장으로 구성하여 여러 질문 혹은 생각을 짧게 단문으로 풀어낸다. 1장 우리는 왜 일하는 걸까?, 2장 당신의 가치는 ‘생산성’에 있지 않다, 3장 직장 내 인간관계 개선을 위하여, 4장 행복하게 살려면 어떻게 일해야 할까? 와 같은 큰 카테고리를 통해 기시미 이치로는 삶을 바라본다.
가장 근원적인 질문인 1장은 사람이 일을 해야 하는 이유에 관해 말한다. ‘공헌감’이라는 가치를 느끼기 위함이고 그 가치를 통해 사람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어쩌면 나는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지점이 1장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간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은 아주 오래전부터 익숙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고 그것을 이탈한 인간은 어디에도 없다. 그렇기에 이 근원적인 상황에 대한 납득 가능한 이유가 필요하고 기시미 이치로는 그것을 여러 질문에 답변하며 해답을 내놓는다. 어차피 인간을 부품으로 생각하는 건 사회이며 부품인 인간은 그렇기에(그렇다고 저자가 인간을 부품이라고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는다) 너무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한다. 잘 살자고 하는 일이니까. 인생의 큰 과제를 버려가면서까지 일에 미칠 필요는 없다는 것. 그러나 자신의 일을 사랑할 순 있다는 것을 동시에 말한다.
2장부터는 본격적으로 일에 관해 말한다. 2장과 3장은 직장 내에서 왜 사람이 이렇게 일을 통해 피폐해질 수밖에 없었는지, 일이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지 등을 말한다. 1장에서 말하던 기시미 이치로의 철학적 관점들을 기반으로 일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피폐하게 만들었는지를 말하며 그러한 직장에서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가장 우선시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4장에서는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가 중요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려면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언급한다. 일의 동기를 파악하고 가장 중요한 것을 우선으로 두는 것.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저자는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철학과 문학의 텍스트를 이용하여 그리고 자신의 일화를 꺼내어 말한다. 어쩌면 기시미 이치로가 말하는 일과 인생은 조금 더 스마트하게 살아가라는 어떤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자신을 우선시하면서도 일에 프로가 되는 것. 프로는 마음가짐에서부터 만들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이야기들에 매료됨과 동시에 저자의 일화와 철학 등을 만났다. 어쩌면 취준생인 내가 조금 더 관심 있게 살펴보고 집중해야 할 건 아닌가 싶다. 어딘가 막힌 것 같으면 그저 아무 생각 하지 않고 직진하는 태도도 중요하겠지. 멀리 돌아갈수록 더 멀리 가버리게 된다. 어쩌면 문은 눈앞에 있는 걸지도 모른다. 저자라면 어떻게 할까. 그냥 갈 것이다.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