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이렇게 만들었다. <직업으로서의 대필작가>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외부의 의뢰를 받을 때도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돈이 되는 건 사실 대필작가 일이었다. 내가 맡았던 일은 브랜드 만드는 일로 성공한 청년 사업가였는데, 인터뷰 다섯 번에 200자 원고지 1,000매가량의 원고를 쓰고 1500만 원을 받았다. 인터뷰 한 번에 네 시간씩 20시간을 투자했고, 이후 최종 원고를 완성하기까지 대략 이십일 정도 걸렸다. 물론 그 원고를 빨리 털고 싶어서 보름 정도는 하루에 거의 16시간 이상 원고를 붙잡고 씨름하긴 했지만...
어쨌든 그때 깨달았던 건 대필작가라는 게 생각보다 괜찮은 일이라는 사실이었다. 나에겐 그랬지만 사실 대필작가라는 이 일이 무조건 좋기만 한 건 아닐 거다. 나야 출판사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그냥 내가 해오던 일과 결이 맞고, 그냥 보수가 괜찮으니 하자, 싶었던 만큼 별 타격이 없었지만 누군가의 뒤에 숨어 ‘무명 씨’로만 남아야 하는 사실이 어떤 이에게는 견딜 수 없는 괴로움일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이 일은 쓰는 만큼 돈이 된다. 한 권의 단행본을 작업하면 최소 1000만 원은 벌 수 있다. 이렇게 달콤하고 매력적인 금액 앞에서 수많은 고충들은 다 자잘해질 뿐이다. 심지어 내가 유명 작가나, 등단 작가도 아닌데 나에게 이렇게 거금을 주는 일이 세상천지에 또 어디 있겠나.
그 이후에 대필작가에 관한 책을 좀 찾아봤는데 관련 책은 그야말로 전무했다. 어떻게 될 수 있는지, 어떤 연습을 해야 하는지, 얼마나 버는지에 관한 어떠한 정보도 찾을 수 없었다. 모두가 알음알음 소개로만 일을 진행하는 건 아닐 텐데 말이지.
보통 기획은 그렇게 이뤄진다. 대필작가에 관한 책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된 건 그야말로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 책을 어중이떠중이인 내가 쓴다는 건 말이 안 되고, 괜찮은 작가군을 찾다가 알게 된 분이 바로 재영쌤이다. 재영쌤은 가평에서 책방 북유럽을 운영하는 ‘책방 언니’이자, 6권의 책을 출간한 에세이스트이지만, 동시에 출판계에선 꽤 유명한 대필작가이기도 했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재영쌤도 비슷한 마음이 있었는데, 대필은 스스로 생계를 유지하기 시작하면서 가장 많은 수입을 안겨다 준 일이었지만 늘 직업을 숨기기 바빴다. 나는 그런 과정까지도 솔직하게 담아보자고 말했다.
결국 이 책은 <직업으로서의 대필작가>라는 제목으로 세상에 나왔다. 한 때 자신의 일을 숨기고 부끄러워했지만 결국 이 직업을 사랑하고 끌어안기까지의 과정부터 어떻게 될 수 있고, 어떤 연습을 해야 하고, 얼마나 벌 수 있는지 등의 다양한 정보와 팁, 그리고 대필에서 끝나지 않고 이를 확장해 자신의 이름을 건 책을 출간하고, 브랜드를 만들기까지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공개했다.
나는 대필작가가 브런치 스토리의 작가들도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무언가 시간을 내서 자신의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그것대로 열심히 하되, 대필을 통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베스트가 아닐까? 게다가 대필 일은 기본적으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을 깊이 들여다보고, 그걸 하나의 콘텐츠로 만드는 작업인데, 이 과정은 그 자체로도 내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된다. 서로 교감하고, 질문을 던지고, 그걸 글로 만드는 일은 아직까지 AI가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러니 ‘대필작가는 자신의 글을 놓지 않으면서 글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직업’이라는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