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계절을 바꾸는 비

김성철

계절을 바꾸는 비가 내리고 있어요 몽골고원에서 발원된 기압골이 

모래사막을 지나고 요동을 거쳐 남하했다죠 

안장 없는 말 등에 오른 몽골군처럼 비는 어제의 계절을 

사정없이 쳐내고 있네요     


나는 밀려나는 계절에 올라탔을 뿐이에요

기압골은 날카로운 빗소리를 허공에 그으며 처참하게

몰아치고 

방향을 잃고 풍향을 잃은 나는

말발굽 소리에 쫓기며 

계절을 따라 떠돌죠     


한때 덩치 키웠던 계절은

따귀 맞은 사내처럼, 한탕질 실패한 거간꾼처럼

결국

웅크린 채 소멸을 기다리고 있어요

몽골에서 발원된 비가 소멸을 쏟아붓고 있네요   

  

내일이면 계절이 낯을 바꾼다고 해요

폭염이 한기로, 한기가 냉기로 

나는 또 어디로 숨어들 수 있을까요?     


빗줄기 사이로 지난 계절의 열기가 불어오네요

계절이 품은 그리움, 지난 계절 당신의 변명이 기억나지 않는 밤

계절을 바꾸는 비가 내리고요

나는 지난 계절에 올라타

떠날 아니, 떠났을 계절만 생각하고요          



매거진의 이전글 야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