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제행 諸行

달은 벌써 지쳤나 봐

네 눈빛도 보지 못한 채 고개를 꺾었지


당신은 하얀 단발을 이고서

졸고 있는 달빛을 걷고 있어


달빛의 하얀 잠이

당신과 나의 발자국에

그득그득 쌓이면


푸른 날 것과 푸른 빗물과

푸른 당신이

발목까지 차올라 나를 하얗게 물들이지


나는 하얗게 물든 당신,

당신은 단발을 인 하얀 달빛


그제야 잠에서 깬 달은

하얗게 물든 나와

하얀 달빛의 너가

지천으로 널린 들녘의 밤을

깜짝 놀라

바라보겠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