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고백이란 말을 지워야지
흔한 인스턴트쯤으로 여겨야지
저렴한 육즙 밴 말로 치부하며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동네에
감춰야지
지번도 없고 문패도 없는
마당에 숨긴 채
고백 없는 사내가 되어야지
텅 빈 전자레인지나 돌리며
당신에게 감사하단 말을 전해야지
김성철
옷 입고 나가려다
갈 곳이 없다는 걸 알았다
갈 곳이 없고 만날 사람이 없고
누군가에게 물을
안부가 없다
김성철
짧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다
나는
당신에게서 짧고
시간에 짧고
세금계산서에 짧다
풀밭이란 말에서 달 내음이 난다
나는 흔한 풀이고
흔한 풀이 받는 달빛이고
달빛이 세리가 되어
허락되지 않는 세금을
징수하는 일
나는 현세의 세입자
어느 날
당신의 말마다
독한 소주 향이 났다
당신도 나를 따라
세속적이라는 말
쌓이는 세속이 나도
모르게 쌓이고 쌓인
김성철
당신은 당신을
기억해 달라고 했다
당신을 잊을 수 있을까
당신 굽은 등이
전기장판 속에서
느리게 펴지고 있었다
가라앉지 마, 엄마
두 번째 시집 <풀밭이라는 말에서 달 내음이 난다>를 냈습니다.
많은 고민이 담겼고 고민에 더해 새로운 시도도 해봤습니다.
산문 같은 시편을 시리즈로 담아보기도 했고
여전히 당신을 노래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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