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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 花印

김성철

나를 기억하나요?


어떤 이는 기억의 굴곡진 변형이 심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고 해요 거울 속 내가 나 

아닌 느낌, 행여 당신도 당신을 


당신은 천식이 심했죠 밤이면 목 움츠리고 기침 뱉을 때마다 핏줄 오르는 당신

나는 두드러기 핀 등짝 긁으며 손톱 세워 당신의 이름을 새기죠 

파란 가래 속엔 붉은 혈꽃이, 손톱 속 붉은 초승달이 떠오르면 

돋은 내 등 슬어내는 당신의 마른 손


당신 이름을 담고, 손을 담고 

벙글 듯 벙글지 않는 웃음 피워놓고서

들창 열어제쳐 놓고서 밤잠에 들죠

기침 소리가 조금씩 귀청에서 멀어지면

첨벙 뜬 뭇별들만 베갯잇 속에 품어 드는


잠 속에서도 비린 낮달처럼 두드러기는 도드라지고

등 쓸어내며 다독이는 


기억하시죠? 저를 

열린 창 닫지 않고 나간, 돌아오지 않는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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