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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

김성철

손톱 깎다 울컥 비린내음이 요동친다.

동글고 거친 손톱날 속 감춰진 항구.


꾸역꾸역 파도에 밀려올라온 반투명 부유물들이

한 아름 짐을 하역하고 있다.


깎을 때마다 반듯하고 가지런히 모이는 톱날들.


엉킨 뱃길이 손톱깎이 날 사이로 튄다.

방바닥의 바다. 

퉁긴 손톱날 찾아 엄지 들어 바닥을 긁는다.


비린내가, 짐 속에 까만 물때가 

홀로 뜬 어선처럼 집어등을 밝히고 있었다.


손톱 깎는 내 버릇은 손가락 쭉 펴고선

손끝에 힘 모으는 일.


날 세운 날을 날 위로 얹는다.

그물망 사이 손을 끼고선 

길어 올리는 이력履歷  


뱃길 따라 올라온 겹겹의 무늬가

몸에서 퉁겨 방바닥 위로 구른다.


다섯 평 남짓 

바다 속으로 내가 뛰어들어 

지장을 찍는다.

내가 걸어온 뱃길을 복기하는 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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