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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기의 사바나

김성철

덩치 큰 녀석이 다가오더니 킁킁

어깨에 매달린 물소의 냄새를 맡는다.


본의 아니게 영역을 침범한 내가 

경계를 가지고 굳는다.


눈 치켜뜨고 입술 들어 경계를 세운 녀석

앞발로 제 영역을 치며 뛰어오른다.


비명도 없이 몸부림으로 흔들린다.

물소가 기댄 건지, 내가 물소에게 기댄 건지 모를

몸부림 그리고 발악


살점 뜯긴 내장들이 쏟아져 내렸다.

구겨진 영수증이, 부러진 펜의 몸뚱아리가, 귀퉁이 너덜너덜한 문장들이

뿔뿔이 흩어진 채 경계를 채우고 있었다.


해지고 뜯긴 물소가 차마 뱉지 못한 것들

말라붙지도 못한 채 간신히 머리만 내밀고선 너덜하다.


메이드 인 차이나를 거쳐

맹수의 흔적마저 지니게 된

건기의 사바나.


내장을 길어 올린다.

기우지도 못할 인조가죽도

경계를 채우고 있는 잡동사니도 주워들었다.


의기양양한 개가 왕왕

찢긴 궁둥이를 향해 짖고 있었다.

우기를 기다리는 인조가죽 물소 한 마리가

사내를 달고선 정신없이 

초원을 향해 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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