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철
까맣게 그을린 운동장은 더웠다 배구공 넘길 때마다 공은 경계선을 아슬하게 넘어갔다 까만 말소리가 까맣게 들려왔다가 선명한 자국을 남기고 흩어졌다
새벽 2시를 알리는 디제이는 잠을 권했다 독설처럼 잠 못 이루고 속상한 사춘기가 외워지지 않는 역사처럼 더뎠다
정규방송이 끝나면 영화 속 간첩처럼 이념의 반대를 찾아 나섰다 나지막한 암구호 같은 귓말이라도 담고 싶었다 대북의 낯선 억양 말들이 자꾸 나를 재웠다
맘껏 주먹과 발을 뻗었어
멍든 친구는 바짓단 늘어뜨린 불량배를 멍 들였다
까만 말들이 덩치를 부풀린 채 오토바이 굉음처럼 뛰다녔다
아침이면 운동화를 꺾어 신은 까까머리들이 또
까맣게 학교와 학교 반대편으로 달려 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