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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침

김성철

다 쓴 전지를 빼내 어금니 사이에 끼우지

물에서 막 건져낸 아이처럼

로케트밧데리의 심장을 펌프질하면

알싸한 전기가 혀끝에 묻어나오지


어렸을 적 엄마 손에 이끌려 찬물로 목욕을 할 때마다

누전 차단기에 젖은 손 집어넣었지

손가락 타고 오르는 전기의 맛

살 떨리는 촉감은 왜 별맛이었을까?

나는 전기를 찍은 손가락을

입에 넣지 않았어


단짝은 늘어진 음악이 이어폰에서 나올 때마다

전지를 꺼내 잘근잘근 깨물었다

어금니 자국 선명한 두 개의 전지

이어폰 속 가수는 굉음에 가까운 락을 다시 외쳐대곤 했지


죽어있던 시계에서 전지를 빼내 깨문다

까만 사각 틀에 누워 봉인되었던,

1440번을 360도로 움직이는 초침이랄까?

그 맛은 시큼하면서 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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