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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손톱

김성철

달이 보름으로 기울 때 손톱을 깎지


잘라내는 것들은 날을 가져


당신이 긁어 세운 날만큼 나도, 날 세울 수 있을까?


날카로움은 손을 대야만, 피를 봐야만 알 수 있는


나는 어쩌면 붉은 세계를 향해 뛰어든 나방


붉은 페인트를 뒤집어쓰고선, 당신당신


퍼덕이는 의성어를 내뿜으며 뚝, 뚝


나는 잘라진 붉음을 들고선

혁명 같은 등불을 걸지도 몰라


그리고는 들키지 않게 숨 돌리며

등불의 촉을 낮추겠지


독일의 밤을 건너는 1945년 어느 달처럼,


21세기 한 밤에 앉아 나치를 피해 숨은 유대인처럼.


애달픈 당신에게 제발 오지 말라, 오지 말라


날 세우며 뚝, 뚝


종이컵 가득 전보를 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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