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철
일력은 펑펑 터지는 배탈이지
일 이 삼 사 쏟다보면 가득 채운 서른 혹은 서른하나
반질반질한 일력을 뜯고 서둘러 바지춤을 내렸던 유년이 있었지
힘 줄 때마다 비벼대던 날들
엉덩이에 검정 혹은 파란 그리고 빨갛게 번졌던
잉크 자국
글씨체는 수려한 명조가 좋을까 아니면
유순하고 선한 굴림?
아니지, 굵고 단번에 알아챌 수 있는,
어린 누이 엉덩이에도 아빠의 궁둥이에도 선명하게 박힌 채
십이지간까지 또렷했던
그제 간 곳은 너무 치장을 했고
어제 간 곳에서는 너무 순한 포장을 했나봐
찢어지는 일력을 넘어 견고한 이력이 될
굵고 선명한 일력체
깨알 같은 글씨체가 찢겨지지 않게
나를 다독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