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철
추운 봄에 만났던 가요? 아니면
따뜻한 겨울에 만났던 가요?
실실대는 술을 마시며 같이 출렁 혹은 쨍했던가요?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애인처럼
모든 게 멀리 있네요
비가 와요
비오는 날 시내버스 귀퉁이에 앉아 또 읽어요
갑이 되고 을이 되고 곰이 되고
숨은 잠언들에도 녹아보죠
그러다
늙은 아낙과 실랑이하는 기사에 정신 팔리면
오독을 시작해요: 나와 당신의 관계는 늘 이랬죠.
이리 바꿔보고 저리 바꿔보고
이 뜻을 꺼내서 노약자석 뒤편에 있는 철학관 카피에 끼워놓고
운명 만원
이란 글자를 떼어 당신이 숨 쉬는 곳에
넣어놓고,
모른 척
우리 정말 봄에 만났던 것 맞죠?
비가 와요
책 속에서 한 남자가 한 남자에게 검은 주문을 외워요
죽은 자의 입을 벌려 채워 넣던 꽃비가 오네요.
나는 살아있지만 죽은 영혼이에요
밤이 되면 부유하는 미영의 존재들 틈에 섞여
이승과 저승의 길목에 서있죠
이곳은 당신이 올 수 없는 곳
당신과 나
정말
봄에 만난 것 맞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