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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傳

김성철

  주황색 지붕이 돌산나루터 끝자락을 꽉 잡고 있어요 그 밑엔 우리 할아버지가 살고요 나는 옛날이야기가 돋아 있는 할아버지 턱 밑 수염이 좋지요

  고물 금성라디오에선 늙은 트롯가수가 목청을 다듬죠

  치이익치익 가래 끓는 소리도 반죽과 버무려져 기지개 잘 펴고요 생선살 두툼한 어묵은 남태평양에서 올라온 해수로 고향 달래요

  붕어판이 나루터 한쪽 구석을 데우면 붕어는 몸 뒤척이며 비늘 세우고요

  사람들은 호오호오 불어내며 입 오므려요


  할아버지 손에 건져진 녀석들은 장군도* 물밑 성을 헤엄치죠

  녀석들은 장군인양 금빛 갑옷 뽐내면

  물위 걷는 햇볕들은 뒤를 잘 따르고요

  이때쯤

  왜적들은 꽁무니 빠지게 달아날지 몰라요

  이량* 장군이며 이순신 장군

  할배 입재 간에 살아나 일순간 호통을 치거든요


  할아버진 그 옛날 동백국 지키는 초병이었나 봐요 동백물 밴 갑옷 차려입고 입구 지키고 서서 붉은 연혁 또박또박 일러주는 이정표 말이에요

  막차 놓친 손님

  붉게 물든 장군도 동백국으로 들어가는 초입

  주황색 표지판 지붕을 단

  하나뿐인 입구죠




* 장군도 - 여수 앞바다에 있는 섬

* 이량장군 - 『신증문헌비고』에 ‘성종 갑인년에 수사 이량이 방왜축제(水中城) 쌓았다’라고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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