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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 換

김성철

녹두꽃이 피어 내 집에선 녹두꽃지짐이 한창이오.

아내의 앞섶엔 꽃이 건네준 노랑이 날갯짓을 하오.

나는 이것을 연서라고 읽고 아내는 열매라고 부르오.

담장을 넘는 녹두내음이 동네 길을 달릴 채비요

지짐이 식기 전에 당신이 올 것만 같구려.


   잊고 있었어요. 밤 산책을 하다 엽서를 받았죠.

   달빛에 마른 고양이가 절뚝이며 걸었죠.

   나는 담백한 국물이 먹고 싶었는데 술을 마시네요.

   잊히는 것들이 왜 이리 많을까요?

   같이 부르던 노래도 흥얼거렸어요. 하지만

   누구 하나 따라 부르지 않네요.

   미안해요 심한 비염 탓에 코가 막혔어요.


집  안팎 문을 횅하니 열젖기고 오늘은 대청소를 했오.

방구석 귀퉁이가 물이 흥건하오.

앉은뱅이 상에 붙은 사진 속 대동강물이 넘실대오.

언젠가 당신과 손잡고 걷던 날도 이러한 날이었소.

강물을 밟고 물장구를 치며 물질을 하던,


   이제야 생생하네요. 당신의 손금은 나와 닮았죠.

   손바닥에 손바닥을 얹고선 노래 불렀죠.

   그리곤 내 발자국을 흉내 내며 당신은 제 옆을 걸었죠.

   발자국은 금방 지워졌겠지만 손금이 닮아 든든했죠.

   우린 이구동성으로 운명이라고 했어요.

   내가 당신을, 당신이 나를….

   환하게 트이는 느낌

   맞아요 당신과 나

   손을 맞잡고 걸어야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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