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멱살

김성철

잘들 헌다 잘들 혀 지랄났다고 멱살잡이냐 쳐들어갈 땐 히히락락 대더니만 

꼭 나올 때만 되면 지랄들이냐 아야 차라리 우리 멱을 다 따라

이 짓도 못해 쳐먹것다 간당간당 목에 핏대 세워 외치고 외쳐도

빠져갈 놈들은 벌써 빳빳하다

그런 놈들 놨두고 왜 니들끼리 멱살잡이드냐

우리가 니놈들 하찮은 언변잡이 땜시 이 고생하며 뺑뺑이 돈 것이냔 말여

잡놈들 고만 좀 놓고 말로 풀라고

누가 빳빳하게 다려달랬냐 그저 목에 낀 땟국물만 뺄 정도만 되면 되는디

뭣 땀시 그리 잡들이냔 말이다

한통속이 돼서 잡아야할 건 우리가 아니라

저 문 밖 자본의 논리에 서서 우릴 닦고 조이고 끼우는 놈들 아니냐

깨까시 살면서 자식새끼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깨깟하자는 것인디

왜 마당에서 탈탈 털리면서까지 아웅다웅이냐

너도 놓고 니도 놓고 툭툭 털고 서서히 힘 풀어라

목숨 간당간당, 해질 대로 해진 비정규직도 못한 날품팔이인디

그려 그려 잘 생각했으야

울컥 쥔 주먹은 또 쓸 일 있응께 우리 모다 모여 차곡차곡 순리대로 널리자

뭐 어려운 것 있냐

다음에도 엉키설키 하지 말고 도란도란 잘 뭉치서 잘 널려불자


방직공장 세탁소 비정규직 김씨

뒤엉킨 빨래 탈탈 털고선 

차곡차곡 햇볕에 잘도 너네

매거진의 이전글 딸꾹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