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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11번에 관한 보고서

예술의 전당 지나 무지개 아파트로 달려간다

서초3동 주민센터에 들르고 남부터미널도 들르고

쉴 새 없이 고개 오르내려 국제전자센터

외환은행 현대아파트


달린다는 것은 너머와 너머의 한복판

덜컹과 덜컥의 순한 말  

예술과 무지개를 이고 달리는 일은 나보다 명랑하다


어제 만난 이를 만나고 어제 지난 길 지나고 

웃던 이가 웃음을 감추며 심각하고 오르고 

짐이 먼저 오르고 아이고 죽겠네 소리가 먼저 올라도

오를 때마다 낭랑한 

감사합니다 환승입니다 


급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졸음이 우르르 쏠리면

처음 본 사이라도 우르르 쏠리고


가속과 서행, 서행과 가속 사이에서 마주치는 것들의 낯은

이질적이게 가깝다


서초11번 마을버스 

예술과 무지개를 짊어지고서 감사와 환승 

변곡점을 돌고, 돌고, 돌면


어제 만난 이가 하차하고 지나온 길이 과거가 되고

심각했던 표정이 활기찬 걸음으로 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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