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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일의 세계일주

김성철

  은하의 다른 행성에서도 비가 내리고 있겠죠?


  비린 물 내음 몸 가득 슬어놓고서 인도양 지나 대서양을 향하고 있네요 밖은 비가 오고요 사회과부도 속 세계전도는 손가락 짚을 때마다 찰랑거리며 내륙을 삼킬 기세죠 파키스탄 거쳐 바그다드 지나고 가자지구 지날 때 손톱은 날 세우네요 석간신문 토픽란에는 펑펑 붉은 꽃이 총성처럼 피었다던데 손톱은 세상 도는 풍문을 먼저 듣나 봐요 


  가만, 귀 기울여 보실래요? 지구본 같은 둥근 방 들썩거리는 소리

  환한 웃음에 퉁긴 햇살을 몸 열어 맞이하면 

  손톱은 결국 무뎌지겠죠

  피곤한 기색 없이 발질도 잘하는


  아이는 발자국 찍으며 둥근 방을 공그르나 봐요 아마도 햇살을 쟁이고 있을 거예요 일기예보는 연이틀 비만 나리고요 나는 서둘러 둥근 방 어르며 지중해로 들어서지요 물속에 잠긴 아틀란티스를 주문처럼 외우며 청파한 물빛 손바닥으로 쓸어 올리면 아이는 둥둥둥 배를 차며 북을 울려요 나는 숨 고르며 지중해 바다를 끌어올려 몸 안에 가득 채우지요 아이는 헤엄치며 햇살의 신전 들이고 있고요


  세계전도를 덮고서는 별자리를 펼친다.

  은하 저편 어느 행성에서도 비가 내리고 있겠지. 

  첨벙첨벙 아이의 발걸음마다 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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