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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달이 기우는 비향』

김성철 시집

첫시집 『달이 기우는 비향』

못난 막둥이 같아

자꾸 실수하고 엉뚱한 말을 늘어놓고

어지럽힌 방을 치우지 않는 못된

녀석 같은.
그러다 문득 잃은 사랑에 펑펑 우는
못나고 짠한 옆집 총각 같기도 하고
알싸한 깍뚜기를 베어문
앳된 새댁 같기도 한

『달이 기우는 비향』

-김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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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기우는 비향

김성철

파란시선 0034

2019년 3월 10일 발간

정가 10,000원

ISBN 979-11-87756-36-1 04810

바코드 9791187756361 04810

펴낸곳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신간 소개 ▄

열병이고 비명이고 불면이고 치통이고 그리움인 당신

김성철 시인의 첫 번째 신작 시집 <달이 기우는 비향>이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에서 2019년 3월 10일 발간되었다.


김성철 시인은 전라북도 군산에서 출생했으며, 2006년 <영남일보>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를 더 이상 일인칭 독백의 장르라거나 자기 동일성의 장르라고 말하기는 어려워졌지만 김성철의 첫 시집 <달이 기우는 비향>에서는 여전히 말하는 주체로서의 ‘나’가 두드러진다. 김성철의 시에서는 나에게 내가 말을 걸고 나의 안을 긁고 방 안에 나를 가두고 나를 들여다보는 일이 흔히 일어난다. 조금 과장해서 말한다면 김성철의 시에 등장하는 그도 나이다. 그-들을 통해 시의 주체가 보는 것은 결국 나이기 때문이다. 김성철의 첫 시집은 암울한 풍경으로 가득하다. 태생적인 가난과 정리 해고, 실직, 실연을 겪은 시적 주체가 시집 전체에서 두드러져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런 소재와 주제를 다루는 시적 주체의 우울하고 무기력한 태도 때문이기도 하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어머니의 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 여리고 무기력하고 우울한 늦된 청춘의 비망록을 읽는 일은 우울의 늪으로 끌려들어 가는 것처럼 눅진한 슬픔을 안긴다. 잊고 있던 유년의 기억이나 잊고 싶었던 청춘의 우울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김성철의 시집을 읽는 일은 고통스럽다.”(이상 이경수 문학평론가의 시집 해설 중에서.)


추천사 ▄

당신의 심장을 향한 따갑고 뜨거운 시편들이다. 언제 예리해야 하는지를 알고 언제 담담해야 하는지를 아는 김성철 시인은 파고드는 일로 아픔을 넘어서고 아무렇지 않게 앓는 일로 사랑을 완성한다. 절망과 열망의 근원을 집요하게 흔들어 아릿하고 찬연한 지점을 찾아낸 행간에서 폭설 녹이는 밥 냄새가 난다. 꽃비와 꽃샘과 꽃몸살이 봄꽃 흔드는 소리 들린다. 열병이고 비명이고 불면이고 치통이고 그리움인 당신이 장마를 뚫고 와서 푸르게 번지는 모습 보인다. “수백만 광년 전에 만난/당신”이(「꽃잔디 신은 이팝나무」), “날 찾아온 당신”이(「불면」), “우두커니 서 있는 당신”이(「염병스런 열병 16」), 이미 “파랗게 물든 당신”이(「달이 기우는 비향」) 내는 목소리 들려온다. 시인이 우리에게 보내온 먹먹하고 불온한 연서이기도 한 이 시집에는 “바짝 얼어붙은 내가/나를 향해 웃고 있었다”(「실업」)는 소식과 “차곡차곡 쟁인 달빛을 트럭 가득 실어/내다 판다던 집”(「곰보」) 소식까지도 “반짝이는 눈발처럼, 화하게 핀 목련처럼”(「진눈깨비 편지」) 살뜰히 담겨 있다. 당신의 “심각했던 표정이 활기찬 걸음”(「서초11번에 관한 보고서」)으로 바뀌길 바라면서! 다시 펼쳐 봐도, 높고 빼어난 시집이다.

―박성우(시인)


시인의 말 ▄

너를 알게 된 이후 부서진 것들만 눈에 들어왔다

그것이 너무 싫어서 도망쳤지만 늘 그 자리였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나를 꺼내 난도질하는 것

뼈를 추리고 살점을 발라내 곱게 다진다

부서지고 버려지고 울고 또 울다 보니 빈방이다

누군가 내게 경멸하는 법을 가르쳤더라면

거뜬한 신혼살림을 차릴 수 있었을 것이다


세상은 수상하고 잔인하다


저자 약력 ▄

김성철

전라북도 군산에서 출생했다.

2006년 <영남일보>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속의 시 세 편 ▄

달이 기우는 비향


달이 기우는 곳에서부터 비가 내렸으면 좋겠어 그 비를 방 안으로 불러와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온몸으로 두들겨 맞고서는

정수리부터 젖꼭지까지, 젖꼭지부터 발끝까지

빗소리를 죄다 담아 둬야지

몸에서 나는 소리를 담고서 비가 떠나는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종일토록 방바닥에 붙어 빗소리를 개야지 옷장에도 넣어 두고 이불장에도, 신발장에도 달빛 먹은 비향을 쟁여 두지 남은 것들은 생쌀에 씻어 밥솥 가득 밥을 짓고 또 남은 것들은 밑물로 써야지


불이 꺼지면 비향을 꺼내 당신 딛는 발걸음마다 푸른빛으로 물들여야지 이름을 부르기 전 닫힌 창 열어젖히고 물결 모양 톱니 돌려 줄기 돋우면 소쩍새 울음소리 같은 당신 목소리


달이 기우는 곳에서 비가 오면 당신보다 먼저 비를 부르고서

물푸레나무처럼 차분하게 늙어 가야지

달이 기우는 비향 쟁이고서 파랗게 물든 당신 기다려야지 ***


괭이밥


볕 그늘에 앉아 하루 종일 들풀들의

이름이나 지어 줬으면.

당신이 붙인 이름과 내 지은 이름의 차이를 가지고

또 다른 이름 하나 지었으면.

그리하여 고운 이름 하나 얻어

당신 닮은 딸을 만들고

들풀이라고 부르며 종일토록

들판에 피어 있었으면 ***


서초11번에 관한 보고서


예술의 전당 지나 무지개아파트로 달려간다

서초3동 주민센터에 들르고 남부터미널에도 들르고

쉴 새 없이 고개 오르내려 국제전자센터

외환은행 현대아파트


달린다는 것은 너머와 너머의 한복판

덜컹과 덜컥의 순한 말

예술과 무지개를 이고 달리는 일은 나보다 명랑하다


어제 만난 이를 만나고 어제 지난 길을 지나고

웃던 이가 웃음을 감추며 심각하게 오르고

짐이 먼저 오르고 아이고 죽겠네 소리가 먼저 올라도

오를 때마다 낭랑한

감사합니다 환승입니다


급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졸음이 우르르 쏠리면

처음 본 사이라도 우르르 쏠리고

가속과 서행, 서행과 가속 사이에서 마주치는 것들의 낯은

이질적이게 가깝다


서초11번 마을버스

예술과 무지개를 짊어지고 감사와 환승

변곡점을 돌고, 돌고, 돌면


어제 만난 이가 하차하고 지나온 길이 과거가 되고

심각했던 표정이 활기찬 걸음으로 내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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