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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김성철

여인이 여인의 집을 두드리네

인기척 지운 여인은 여인을 외면하고

외면당한 여인은 울지도 못 하고 서성이네

안에서 잠근 여인의 세계와

밖에서 잠긴 여인의 세계가

서로를 가둔 채 서로의 흔적을 찾네

벽을 기댄 채 주저앉은 여인의 등 뒤로

다른 여인이 등을 마주한 채 주저앉네

문은 체온을 먹는 담쟁이

두 여인의 척추로 덩굴을 뻗어 함께 묶네

저 여인이 이 여인이 되고

이 여인이 저 여인이 되고

울먹임이 등 뒤로 서로를 부둥켜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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