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라흐마니노프가 말했습니다
'저 호수의 끝까지 걸어가 보아라
주위에 말하지 말고 혼자'
그러면 들려오는 물의 노래,
삶과 죽음 사이를 걷는 일
고요 속 꽃들의 품에 안긴 달콤한 사랑과 방랑
'보아라 모든 시절은 아름다우니,
외로운 밤나절이 영원히 살아 숨 쉬고
모든 새와 꽃들은 멈출 듯 가늘게 숨을 쉬기에
사랑스럽다'라 그의 노래는 시작하고
그러다 물 위에 쓴 기도의 말처럼 힘없이 지워진다
요람부터 무덤까지 이어지는 사랑과 방랑
그의 등 뒤로 시간이 쏟아져 내린다
햇볕 아래 여유롭게 호수를 산책하는데
나무와 숲이 반짝이는데
구름과 햇살과 나무 숲이
바람 앞에 가만 흔들리는데
온종일 그의 음악을 냉대받은 슬픈 얼굴로
어느 날 라흐마니노프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어느 날 저 숲 속 끝까지 걸어가 보아라
주위에 말하지 말고 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