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브로치를 단 소녀
공허하게 반짝이는 뿔 달린 사슴 문양
사슴은 무엇이 슬픈지 으슥한 숲속을 홀로 거닐며
익숙하지만 이름 모르는 꽃과 풀을
크고 둥근 눈망울에 담는다
소녀는 푸른 원피스를 입고
원피스 자락은 춤추듯 하늘거리며
시집을 가방에서 꺼내다
한 줄도 읽지 않고 도로 담기를 반복한다
그 소녀가 찾는 풀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 화사한 꽃을 본 기억이 그녀에게는 생생하다
마치 어제 마주친 듯이
그러나 그 파란 꽃은
나는 알지 못하는 텅 빈 밤으로부터
그녀에게 다가온 환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