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침에 깨어 생각한다
어릴 때, 초등학교 앞에 오색 색깔로 아이 이름을
써주던 신기한 한글 그림 아저씨에게
나는 다른 아이들처럼 내 이름도 그림으로 그려
달라고 요청하고 싶어 몹시도 안달이 났던 것이
앉은 자리에서 아이들을 위해 몇 분 만에 그림을
뚝딱 그려내던 그 아저씨는 어떤 삶을 살면서
그림을 배웠던 걸까?
지금은 이런 아저씨들이 없어졌다
불결한 숟가락에 떼기 과자를 만들어주던 아주머니도
기이한 회상이며 그리움이다
2.
흔히 도시는, 사람은 많은데 사람냄새는 안 난다 한다
거기 수십만에서 수천만의 사람이 살고
우리는 고독사, 일인 가구, 독거와 이혼
학원을 홀로 전전하는 아이, 실업 등 고독과 싸움을 한다
타인과 연결고리를 잃어버리게 되었을 때
그들은 다 자발적 선택으로 그러했을까?
자발적으로 통계에도 사회조사에도 잡히지 않는 곳으로
웅크려 들어갔을까
우리는 일상에서 위험한 죽음의 충동을 발견한다
도시에서, 나는 때로 내가 인터넷상에 산다고 느낀다
그러나 그 이미지는 내가 만들어낸,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거나
익명성 뒤에 숨어 비열한 짓을 하기 위한 이미지이지 않은가?
이상한 회상이며 그리움이다
아침마다 잠을 깨어 나는 생각한다
꿈속 하늘은 끝없이 넓고 깨끗하고
햇살이 내리쬐고 나는 씩씩하게
흙운동장을 가로질러 집으로 가고 있다
시골에서
가는 길에는 유아원에 들러 울보 동생을 데려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