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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esy Jul 25. 2020

아방




아방은 누른다
족은아방의 전화번호를
하루 세 번 간절하게

그리고 조카에게 전화해 은아방이
어디 문제가 생긴 것 같으니
알아보라고 한다

그러면 착한 조카는 '아버지 잘 계시니
걱정마시라'고 한다

나는 집에서 TV를 보고 있는
우리 아방이 기억 못 하는 게
차라리 좋다고 생각한다

지난주 토요일 양지공원 화장장에서
작은아버지를 보내드리고
치매에 걸린 아버지는 펑펑 우셨다
나는 서러운 아버지의 낯을
소매로 닦아 드렸다

울 아방은 잠들지 못하고 걱정하지만
울지는 신다
나는 족은아방이 돌아가셨다는 말을
사실대로 말하려다 설움에 삼켜져
아방을 끌어안


날이 밝으면 같이 보러가자 말하고

내가 자기 방에서 숨죽여 흐느끼는 것이

자기연민인지 타인에 대한 연민인지

알 수 없는 것은 누구의 죄도 아닐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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