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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

by 한진수 Poesy




이력서에는 공란이 많았습니다

면접관은 죄지은 사람을 심문하듯

눈으로 훑어보았습니다

당신은 이 많은 빈 기간에 무엇을 했는가

젊은이는 다른 사람보다 결점이 많아도

그러나 최선을 다했던 거라고

자신을 변호했습니다


과거의 자신보다 더 나은 무언가가 되는 것을

끝없이 꿈꾸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둘은 생각했습니다


면접관은 자신이 청년의 나이일 적에

무엇을 했는지 떠올려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나이대의 자신보다 더 많은 것을

해왔고 또 할 줄 아는 청년을 앞에 두고

유감이라는 말을 선뜻 꺼내는 것은

쉽지 않았고

이런 청년들이 머지 않아 쓸모없게 된

자신의 자리를 넘겨받을 것을 알았습니다

그 무렵에도 눈앞의 청년처럼 아직도 사회에

자리 잡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을 것같은

다 큰 애들이 떠올랐습니다

삶의 낯은 눈 내린 황야처럼 공허했습니다

과거의 자신보다 더 나은 무언가가 되는 것을

끝없이 꿈꾸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둘은 생각했습니다


이력서에는 빈 칸이 많았고

젊은이는 나태라는 죄에 대한

면접관의 유죄판결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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