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한진수 Poesy Jun 20. 2021
복수심의 본질은 안개와 같아 표류에 있다
잠든 애수가 바다와 같이 일렁일 때
내몰린 사공은 돛 없는 배를 몰아
바다로 나아간다
우리는 삶의 대부분을
희열 없이 갈망하고
휴식 없이 허비하며
갈구하는 것을 얻지 못하여
어떤 확실하게 이해할 수 없는 대상에
분노를 표출한다
미래는 불친절하므로
원인 모를 결과를 대비해 계획을 세우고
분투하는 것은 정당한 것이라고 합리화하며
당한 바 없이 복수한다
그렇게 우리의 복수심에 소진되어버린 사람들
눈먼 욕심에, 손익을 계상하는
회계 서류에 다친 이들
그들은 어디로 가게 되는지
스스로 되물어보는 바 없이
우리 주위 사람들은 천박함과 정교함을 이해하지 못했고
예술 앞에 문맹과 같았다
그래서 사교적인 행동에 흥미를 잃어 그만두자
청년 시절은 끝을 맞이했고
중년이 되자 우리들에게 남은 것은 푸른 실낙원뿐이었다
바다는 누구도 쉽게 배반하지 않았고,
약자로부터 부당한 이득을 취한 바 없으며
삶에 충실한 사람이어왔다고
우쭐대거나 지키지 못할 선서를 하지 않는다
다만 수평선 너머까지 드넓게 펼쳐져 있는
소임을 다할 뿐이다
스스로 물어보는 바 없이
나이들고 차가운 노여움은 애수와 같이 일렁이니
내몰린 돛 없는 배의 갑판은 비워지고
상처입은 타인을 지켜보길 바라는 마음이 바다를 표류한다
희열 없는 갈망
한 권의 결말 없는 소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