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어스름 가까워졌다가
또 멀어지는 많은 인연들
시민들은 어쩌면 같은 방향을 향해
도로 위의 무질서한 차들처럼
맹목적으로 주행해 가지만
언뜻 같은 신호에 멈춰 대기하고
함께 열을 지어 시동을 켜지만
갈림길을 지나고 보면 어느새 서로의 곁에서 찾을 수 없다
자신 앞을 바라보는데 몰두하고
그러나 서로를 살피고 돌보는 것은 안전하지 못하여
도시에는 우리가 아는 사람과
서로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과
서로 모른다는 사실조차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의도된 모름을 수긍하므로
우리는 기적처럼 해질녘의 고요
도심의 평화 속을 유영한다
갈림길을 지나고 보면 어느새 어제의 친구는 자취를 감췄다
한 때는 어쩌면 같은 방향을 향해
길 위의 방황하는 젊은이들처럼
걸어 갔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