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고요 속에 잠들어 있었고
누구도 그 잠을 깨뜨리고 싶어 하지 않았다.
외려 마치 유년기 보물상자를 다루듯 부지런히
저마다의 꿈을 내면에 담고 눈을 감아
그 고요함을 마주했다.
때로 영원히 평화로운 밤을 찾는
자신에게 두려움과 실망을 느낀 적 있을 것이다.
그런 밤은 멀리서 비가 내린다.
우리는 언제 그런 순간을 마주하는가.
늘 더 나은 미래
더 행복한 내일을 생각하라고 지시받고
바람직한 사회인으로 그것을 당연시하지만
어느 순간 그렇게 망설임 끝에 지쳐버리고 말 때가 있다.
그런 밤은 멀리서 비가 온다.
그런 밤은 멀리서 어딘가에 비가 내렸다.
그렇다고 일들이 더 나쁘게 돌아간다거나
또 골치 아픈 사건을 마주하길 바라는 건 아니다.
그러나 상상을 멈추고 싶은 것이다.
불행의 잔향은 점점 사그라들다가 또 멀어지고
행복한 미래가 이어지는 것은 진실이지만
상상하고 믿고 최선을 다해 열정을 쏟는 시지프스의 삶을
마치 미래의 우리가 오늘의 우리에 대해 가진 권리처럼
요청하는 데 지쳐버리고 마는 것이다.
- 그렇다고 요청을 거부할 것도 아닐 텐데 이상하게도!
예민한 사람들에게
섬세한 상상은 때로 독이 되고
어느 순간 그렇게 상상하는 게 낭비 같을 때,
깨뜨리기 전까지
밤은 고요 속에 잠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