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밤의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터놓고 이야기할 이를
두고 있지 않다
시간과 공간적으로 밤 너머 말이다
저 밤 너머로
우리는 좋든 싫든 지친 나귀처럼
간신히 발을 떼 늙은 육신을 끌고
각자의 밤 속을 걸어가고 있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혼자라는
어리둥절할 사실만 우리 곁에 있다
그 사실은 갑작스러운 밤의 고요 가운데 다가오고
그러고 나면 좋으나 싫으나
이 길이 어디로 이어져 있든
끝까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 뿐이라는
외면하고 싶은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다보면 두려워 떠는 일조차 사치스러울 만큼
바쁜 날들이 그 뒤로 이어진다
어떤 불운한 삶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로 닮은 점이 없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사람들은 서로
자기의 밤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이야기하지 않는다
저녁을 먹고
한참을 머뭇거리거나
하잘 것 없는 잡담은 나누겠지만
이야기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침묵을 지키라는 철학자의 조언처럼
추위가 다가오면,
우리들은 평이하게 각자
자기 밤을 따라 걸어간다
감염병 속에 발걸음 나란히 걷지만
다른 사람의 삶의 무게를 대신 들어주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