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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esy Sep 09. 2021

우리는 밤을 따라 걸어갔다




우리 밤의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터놓고 이야기할 이를

두고 있지 않다

시간과 공간적으로 밤 너머 말이다


저 밤 너머로

우리는 좋든 싫든 지친 나귀처럼

간신히 발을 떼 은 육신을 끌고

각자의 밤 속을 걸어가고 있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혼자라는

어리둥절 사실만 우리 곁에 있다


그 사실은 갑작스러운 밤의 고요 가운데 다가오고

그러고 나면 좋으나 싫으나

이 길이 어디로 이어져 있든

끝까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 뿐이라는

외면하고 싶은 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다보면 두려워 떠는 일조차 사치스러울 만큼

바쁜 날들이 그 뒤로 이어진다


어떤 불운한 삶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로 닮은  없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사람들은 서로

자기의 밤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이야기하지 않는다

저녁을 먹고

한참을 머뭇거리거나

하잘 것 없는 잡담 나누지만


이야기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침묵을 지키라는 철조언

추위 다가오면,

리들은 이하게 각자

자기 밤을 따라 걸어간다

감염병 속에 발걸음 나란히 걷지만

다른 사람의 삶의 무게를 대신 들어주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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