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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esy Oct 31. 2021

겨울이 다가오면 꽃들이 시들듯




겨울이 다가오면 꽃들이 시들듯

아름다운 것들은 져버렸다

어디로 는지 찾을 수 없는 꽃들을 포기하고

나는 짐을 챙겨 떠날 준비를 했다


이루고 싶었던 1년 동안의 꿈은

처음부터 이루지 못할 소원

없어진 행방불명자처럼

떠난 시점도 정소도 특정할 수 없었다


아마도 모두가 잠든 깊은 새벽

꿈은 이별 인사를 남기기 위해

가볍게 나의 머리맡을 방문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새삼 행복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나는 고맙다 말했으리라


알코올의존증인 아버지는 다시 술을 입에 대었고

공들인  반년 동안의 단주는 물거품이 되었다

가족들은 싸늘하게 아직 좀 더 노력해봐야 된다는

나의 호소에서 이내 등을 돌렸다


가로등 밑을 걸어갈 때

의미 모를 혼잣말

안개에 잠긴

아무도 없는 거리에 대고

두 번 세 번 되뇌곤 했다

그 말이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하얀 입김이 흩어지듯

기억은 알코올성 치매 앞에 흐려지고

아버지는 같은 말을 반복한다


거리의 건너편에서 아이들의

쾌활한 웃음소리가  들오고,

웃음소리안개낀 거리를 떠나면

아무것도  없는 허탈감

뒤에 잠들어 고른 숨을 내 것이다


아버지는

술의 나라에서 없어진

행방불명자로 내 마음 속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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