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oesy Apr 05. 2024

결혼




흙탕물 위로 나뒹굴지만
여전히 희디흰,
만개하지 못한 어느 벚꽃을 보고
느닷없이 서글퍼졌던 출근길

다음날이면 길가에는 결국 백만 개의 벚꽃이
새롭고 예쁜 기억을 선물해주는 꽃망울을 터뜨리고
순백 빛 환희는 지우개처럼
평범했던 아침의 서글픔을 지워버릴 터이다

아름다움은 우리에게 기억을 선물하고 앗아간다
아름다움은 예고 없이 조용히 쏟아져 내리던 폭우이고
아름다움은 또한 못다 핀 꽃이어서,
채 펴보지 못하고 물속에서
새하얗게 질린 꽃잎이어서
비가 그치면 거짓말처럼 나오는 해이고
하얗게 펼쳐지는 웨딩드레스의 환희여서

저마다 나름의 절망을 잊어낸 우리는
아름다운 날을 앞두고
서로 마주 보며 미소 짓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그리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