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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진수 Poesy



눈앞에 사람이 보이지 않으면
어린아이들은 쉬이 불안해하고
울음을 터뜨리거나 난처해한다

단순히 어리석음이 아니라 세상의 운명이
그렇게 짜여있기라도 하듯
우리들도 운명처럼 곧잘 마음이 비어있는
이에게 기꺼이 마음을 바친다

고운 마음씨, 배려심, 사려 깊음도
눈앞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운명처럼 무대의 막이 내리고
노배우가 사라지면 찾아오는 적막
햇살이 만든 기둥 틈으로
내려앉는 먼지처럼
무겁게 떠다니는 침묵들

꼬마이던 시절
눈부신 흰빛으로 봄을 수놓던 벚꽃의 물결이
어른이 된 오늘날에도 삶을 물들이고
미래에도 새하얀 물결로


태어날 다음 세대의 삶에 밀려들 것임을
의심하지 않으면서도
미망에 빠져 갈 곳을 잃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사람들은 다 어디로 떠나버린 것이며
우리들도 어디로 떠나버릴 것인지
궁금해하지도 않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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