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희망을 품습니다
저는 제가 살아가면서 세상에 어떤 위대하고
이로운 일을 하거나
제가 떠날 때 누군가 기억해 줄 만한
업적을 남기기를 바라지 않고
아내와, 태어나는 우리 아이를
행복하게 해주는 인생을
살기를 바랍니다
저는 희망을 품습니다
만약 공상과학 영화 속에서처럼
평행우주가 존재한다면
그 어딘가에서는,
15주차에 유산된 우리 아이가 태어나
살아갔을지 모른다고
아이는 여느 아이들과 다르지 않게
밝고 해맑게 웃고
어쩌면 자라면서 차츰 저처럼
안경을 꼈을지 모르며
아내처럼 익히지 않은 김치를
좀처럼 먹지 않았을 것이고
저는 태어난 아이의 귀에 속삭여주고
있을 것이라고
아빠는 온 세상을 다 준다 해도
너와 바꾸지 않았을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