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란

by 한진수 Poesy




두 분 다 불교는 믿지 않으시지만

아버지를 천천히 보내고 싶은 어머니는

탈상을 늦추고자

집에서 제일 가까운 절인

용화정사에서 49재를 지내자고 한다


향냄새를 맡자 마음이 편해졌다

우리 집에서 할머니, 증조할아버지 할머니,

4.3 때 중학생으로 죽은 작은할아버지 제사 때면

상을 차리고 제를 지내며 아버지와 맡았던 향이고


내가 잘 모르는 어느 부처님 곁의 꽃 핀 난초는

아버지가 찍은 사진 속

돌에 뿌리 붙인 풍란이 피운 꽃 같다


아버지와 복닥복닥거리며 할머니 제사 때

제 지내는 순서를 몰라

저를 갱에 올리다 고사리나물에 올리다

허둥대는 나를 말없이 기다려주던 아버지가


제를 지내던 가운뎃방의 미닫이문을 열면

그 안에 계실 것만 같은 아버지가


용화정사 대웅전 나뭇바닥에,

절 안에 함께 앉아 함께 상을 앞에 두고

수저를 들어 올리신 듯한 기분이 들어


할머니 마지막 숨을 내쉬고 잘 살라고

당부하시던 그 방에 온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진다


아버지는 본인이 받는 상에 괴기적갈이 없어도

우리가 불교식으로 절하는 법을 몰라도

그저 우리만 쳐다보며

삼남매와 맏며느리, 아내만 눈에 선하여

그 정도면 준비 잘했다고

어느 저녁 아버지방 앞에 온 식구가

옹기종기 모여 앉아 옥돔미역국을

먹듯 행복해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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