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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찾아서

by 한진수 Poesy




천진난만한 얼굴로 영정사진 속
할아버지에게 손을 흔드는
아기의 웃음처럼

아버지는 서툰 솜씨로 군대 간 아들에게
이메일 편지를 보냈다

아버지가 떠난 날
아버지의 방에서 아버지를 찾아보다
아버지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렇게 십수 년 전
큰아들과 아버지가 나눈 어색한
이메일 대화를 검색해 봤다

사라질 리 없지만
혹시나 아버지의 편지도
사라져 버리지 않을까
두려움에 분별을 잃은 채
서툴게 저장해두며
울음을 그쳐보려

아버지만큼 서툴게
지워질 리 없는 자료들이
지워질까 복사한다

아버지에게도 잊어버려선 안 될 것을
메모하는 습관이 있었다


비가 그친 맑은 밤,
밤하늘에 쓰여진 영원한 메모인
별자리들이 반짝이는
하늘을 올려다보면 흩뿌려진 별들 속에

아버지가 보이고


별빛 아래 태어나, 별빛 품에 살 때면
자신이 얼마나 별빛의 일부인지
쉽게 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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