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

by 한진수 Poesy





횡단보도, 풀숲에서 내가 뛰어나가 버릴까

아버지가 나이 어린 나의 손을 꼭 잡고

걸어가던 날


비행기를 태워준다는 아버지가

나의 손을 붙잡고 하늘 높이 나를 들어

올려주던 날


아버지가 일하러 나갔다가 길을 잃어

내가 애타게 동네를 다섯 바퀴 돌며

끝내 아버지를 찾아 아버지의 떨리는 손을 잡고 울며 집에 들어온 날


기억을 잃어가는 아버지가 나를

영원히 못 알아보게 되는 건 아닐까

겁이 나 핸드폰으로 아버지와 나의 모습을 함께 담고 손을 잡은 날


결혼식 날 분주한 나의 결혼식장에서 아버지 자리를 알려드리기 위해

힘없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걷던 날


성큼성큼 앞장서 직진만 할 줄 아는

아버지가 숲길에서 넘어질까 봐

쫓아가 아버지의

주름지고 거친 손을 꼭 잡아 쥐었던 날


입관(入棺)하는 아버지의 이마에 나의 이마를 붙이고 펑펑 울며

차갑지만 아직은 살아있는 것처럼

부드러운 아버지의 손을

마지막으로 꼭 잡아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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