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나이가 드는 것은
단순히 지구가 태양을 돌고
좋아하는 꽃이 피는 계절이
60번 다정하게 방문해오기
때문이 아니다
사기를 당하고 불면증으로 건강을 잃거나
가족 간 대화가 단절되거나
부모님 무덤에 풀이 무성하거나
영정에 술을 올리는 일
우리를 영원한 휴식으로 느리게
초대하는 것은 그런 것이다
우리가 늙는 시간은
익숙한 방의 어느 자리에 누워도
좋아하는 정원의 어디에 앉아도
편안하지 못한 불안한 시간이다
우리의 능력으로 가족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없다고 느끼는 순간은
파도가 끝없이 밀려오는 바다에 가고 싶어지고
하얗게 세어간 부모님의 머리카락처럼
자신의 머리카락도
벚꽃잎처럼 흩어져갈 것을 안 때이다
우리가 어른이 되는 때는
물결치는 여름의 메밀꽃밭이 그립고
쏜살같이 날아가는 시간에게는
잠시 쉬기 위해 홰를 치고 앉을
다리가 없듯
우리에게도 다리가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