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나이가 드는 것은

by 한진수 Poesy




우리가 나이가 드는 것은

단순히 지구가 태양을 돌고

좋아하는 꽃이 피는 계절이

60번 다정하게 방문해오기

때문이 아니다


사기를 당하고 불면증으로 건강을 잃거나

가족 간 대화가 단절되거나

부모님 무덤에 풀이 무성하거나

영정에 술을 올리는 일

우리를 영원한 휴식으로 느리게

초대하는 것은 그런 것이다


우리가 늙는 시간은

익숙한 방의 어느 자리에 누워도

좋아하는 정원의 어디에 앉아도

편안하지 못한 불안한 시간이다


우리의 능력으로 가족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없다고 느끼는 순간은


파도가 끝없이 밀려오는 바다에 가고 싶어지고

하얗게 세어간 부모님의 머리카락처럼

자신의 머리카락도

벚꽃잎처럼 흩어져갈 것을 안 때이다


우리가 어른이 되는 때는

물결치는 여름의 메밀꽃밭이 그립고

쏜살같이 날아가는 시간에게는

잠시 쉬기 위해 홰를 치고 앉을

다리가 없듯


우리에게도 다리가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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