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라 아들아
벌써 하늘 가운데 해가 떠올라
치열한 일상으로 분주한 거리를 데우는구나
아버지, 해가 떠오를 때까지
너무 많은 별들이 떠나갔고
저는 슬픔에 잠겨 누워있었습니다
그렇구나 아들아
상점가는 밤이 와도 여전히 붐비는 구나
최선을 다해 부지런히 살아야 한다
부러움을 사기 위해 살기보다는
세상에 가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살거라
학교에는 배울 것들이 많단다
데려다줄 테니 다시 학교에 다니렴
아버지, 거리와 들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가 있어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아요
저는 공부는 재미가 없어요 차라리
동화 속 왕국으로 모험을 떠나고 싶습니다
그곳의 평원과 바다에 끝없이 감춰진 보물들이 있고
우리가 발견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보신 적이 없으시기에 아직 모르실 겁니다
아들아 올해는 몹시 추운 겨울이 될 것 같다
거리에는 진눈깨비에 바람까지 세차게 분다
아버지가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테니 후회 없는 삶을 살렴
삶은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추억들로 완성된단다
이렇게 나이 든 아버지의 눈이 감기는 것을 용서해 다오
아버지가 철부지로 사는
저를 걱정하며 얻으신 병을
제가 대신 앓는다면 제게 더 행복한 일은 없을 겁니다
작별인사를 나누려 해도 평생 부지런함을 강조해 사신 것처럼
어째서 죽음의 품으로도 그리 서둘러 빠르게 달려가시나요
마치 살아 생전 불면증으로 미뤄두신 잠을 모아
영원한 휴식에 드신 것처럼
아버지와 함께 쌓아야 했을 추억의 빈자리만
한가득 남겨두시고
일어나세요 아버지,
저와 바닷가를 걸으러 갑시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떠나지 못한 여행에 대해
머지않아 태어날 아버지의 손자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
해안을 따라 걸으며 동쪽 바다에서 어떻게 해가 떠오르는지
올가을 정원에 꽃들은 어떻게 피어날 것인지
돌아오지 않을 날들만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오고 밀려나가며
찬란하게 우리를 굽어보던 별들도
슬픔에 젖어 일제히 모습을 감춘 깊은 밤
세상은 거칠고 의미 없는 불협화음으로
만들어진 교향곡을 들려줍니다
흔히 가족을 잃는다는 건
눈을 뜬 채로
후회로 만들어진 악몽을 꾸는 것이며
기약 없이 밤의 고요가 만드는
침묵의 낭떠러지를 무력하게 지켜보는 일이라 말합니다
온 세상에 내리는 비가 한 곳에 내려도
채우지 못할 그런 구덩이 말입니다
섬세한 악기인 사람의 마음은
보살피고 돌봐주지 못하면 쉽게 망가지는
사람의 늙고 쇠약한 몸과 같아
한 번 망가지면 다시 되돌리는 일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어째서 누워계신가요 아버지?
언제까지 누워만 계실 건가요?
저는 삶 앞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풀로 만든 피리이며
저는 이제 바람이 갈댓잎을 스치며
간간이 나는 우연하고
아무도 이해 못 할 무의미한 소리입니다
저는 제가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착각과 불안의 방에
자신을 가둔 채 책만 읽고 글만 쓴 나날이 있습니다
그 좁은 방에는 자기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거리의 햇살이 주는
따스한 확신에서 고개 돌려야 도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깨어나라는 목소리가 있어 자정에도, 아침에도, 대낮에도
넓은 거리에서 울려 퍼졌으며, 때로 잠든 방문을 다급하게 두들기기도 했습니다
사람의 어리석음을 고치는 약이 있다면
그리고 약을 처방받을 수 있는 병원이 있다면
가족을 잃은 뒤 얼마나 많은 이들이 뒤늦게 그리로 달려갈까요?
우리를 밀고 끄는
보이지 않는 저 먼 어딘가에서 생긴 큰 힘은
우리 머리 위를 맴돌며
그 쓸쓸한 흐름 속에 우리와
함께 괴로워하고 고뇌하며 잊혀집니다
달도 별도 저문 어느 밤
마른 들판 위로 나타나는 거대하고 고독한
대류현상처럼
(이미지: ChatGPT)